문정희 KB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11월 초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종료되었다. 연준 위원들은 시장 예상대로 연방 기금금리를0.75%포인트 인상하였다. 6월부터 7월, 9월, 그리고 11월 등 4회 연속 인상이다. 2022년 연초 연 0.25% 수준에서 불과 11개월 만에 연 4.0%까지 인상되었다. 뿐만 아니라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더 높은 금리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시장은 연준의 최종 목표금리가 5%를 상회할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의 강세가 심화되지는 않고 있다. 물론 원·달러환율도 1,420원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에는 속도 조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욱이 현재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가 4%이며,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4.5% 혹은 4.75%에 이르게 되며, 최종 목표금리가 5%대 초반이라면 남은 금리인상 폭은 0.5%포인트 내외이다. 내년 1분기에 한 두 차례 인상하면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날 수 있다.
미국 연준뿐만 아니다. 이미 9월에는 호주 중앙은행이 RBA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가 아닌 0.25%포인트를 인상했다. 빅 스텝보다 베이비 스텝을 선택한 것이다. 10월에는 캐나다 중앙은행인 BOC에서도 시장은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0.50%포인트 인상을 선택했고, 중앙은행 총재는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년 한 해 동안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 각국은 물가 안정을 위해 가파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4분기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한결같이 금리인상의 속도 조절을 언급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로 본다. 첫째는 너무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함으로서 실물경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미 각국의 장기 성장 수준, 잠재 성장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했다. 이제는 금리인상에 따른 수요 둔화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소 긴축 (under tightening)도 문제지만 과잉 긴축 (over tightening)도 조심해야 한다.
둘째는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음에도 물가 하락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공급측 요인과 수요측 요인 모두를 감안할때 물가 상승세는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앙은행의 정책 효과는 통상 6개월 이상 소요된다. 올해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내년 물가상승률은 하락할 것이며, 금리인상 등 수요 억제로 인해 내년 하반기 물가는 더 낮은 수준이 예상된다.
환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관은 미국 연준이다. 미국 연준 위원들이 제시한 장기 성장률은 1.8%이며, 물가상승률은 2.0%이다. 따라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금리 수준은 4%가 상단이다. 결국 4% 이상의 금리인상은 그 만큼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모두 억제하겠다는 의지이다. 따라서, 연준이 생각하는 5%대의 기준금리는 과잉 긴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준이 4%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는 점에서 시차를 두고 금리인상에 따른 수요 둔화, 즉 경기하강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 5% 수준의 금리를 본다면 내년 하반기 미국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파월 의장이 언급한 것처럼 12월부터는 연준도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그 다음은 긴축 속도 조절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화는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을 신호로 추가 상승이 제약될 전망이다. 따라서, 11월과 12월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 조절,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후반부라는 점에서 달러화 및 원·달러 환율은 고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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