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에도 미국 경제가 건실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국 내에서도 경기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미국의 최종금리 수준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의 과잉 긴축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메시지를 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경기는 긍정적이지만 부동산과 내수 등 국내 경기는 추가 인상이 부담스러운 시기"라며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그러면서 "결정과 별개로 기자간담회는 매파적일 것"이라며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매파적으로 발언하는 것이 시장의 추가 변동성을 높이지 않고, Fed의 행보에 따라 유동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한은과 정부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내에서 1% 후반 성장률까지 점칠 정도로 경기 인식이 바뀌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올해 1.6%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보다 더 웃돌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 일색에서 조금씩 낙관론이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다"며 "최근 국내 지표도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미국의 경기 호조가 낙관론의 주된 근거다. 특히 미국에서는 Fed의 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가 경착륙도, 연착륙도 '노 랜딩(무착륙)' 시나리오가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은 1월 실업률이 196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3.4%)을 기록할 정도로 고용 지표가 호조를 보였다. 여기에 1월 소매 판매도 계절조정 기준 전달 대비 3.0% 증가하며 예상치(1.8%)를 크게 넘어섰다.
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는 더딘 상황이라 Fed가 최종금리 수준을 현재 5.1%에서 더 끌어올릴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창용 한은 총재가 "Fed로부터는 독립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만큼 한은의 최종금리 역시 올라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경기 둔화 흐름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던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0.4%)을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주력 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5.8% 감소했다. 지난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소비마저 0.4% 줄었다. 정부 소비가 3.2% 증가하면서 더 큰 폭의 역성장을 막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도 정부가 예산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정부 예측과 달리 '상고하저'의 경기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경기 상황으로 봤을 때 과잉 긴축이 우려스러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지표가 미국 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1월 고용이 호조를 보인 것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민자가 증가한 영향이라는 해석이다. 또 소매 판매 역시 매년 1월마다 급등하는 흐름을 보였고, 당시 지급된 물가조정보조금(COLA) 효과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관련 지표는 3~4월까지 확인을 더 할 필요가 있다"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경기 선행지수와 같은 지표들은 코로나19 위기 수준에 비견될 정도로 악화 일로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수출 부진이 심화하는 등 경기 상황이 엄중하다"며 "한은이 Fed의 금리 정책을 무모하게 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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