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자체생산에 타격
메모리값 하락·재고 누적 겹쳐
對中 수출액 67억달러 … 23%↓
이대로면 12개월째 무역적자
지난 1~20일 무역수지가 59억8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월(126억5100만달러)에 이어 2월에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올해 누적 적자 규모는 186억3900만달러가 됐다.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연간 474억달러)의 40%에 달하는 적자가 약 50일 만에 발생한 것이다.
○수출 5개월 연속 감소세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수출은 335억4900만달러(통관 기준 잠정치)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3%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은 2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9% 감소했다. 이달 수출 감소가 확정되면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줄어든다.
수출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수출 부진이다. 지난 1~20일 반도체 수출은 38억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9% 줄었다. 반도체 수출 증감률은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감소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감소폭이 10%가 안 됐지만, 4분기 들어서면서 10~20%대가 됐다. 올 들어서는 매월 40% 넘게 감소하고 있다.
주력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수요 부족으로 재고가 쌓인 결과로 풀이된다. 무선통신기기(-25.0%)와 정밀기기(-15.6%), 가전제품(-38.0%), 컴퓨터 주변기기(-55.5%) 수출도 부진했다.
국가별로 보면 대(對)중국 수출이 66억64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2.7% 감소했다. 이달을 포함하면 9개월 연속 줄고 있다. 전체 수출 중 중국의 비중은 19.9%를 기록했다. 지난달 19.8%에 이어 두 달 연속 20%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수출에서 중국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4년(19.6%)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때문에 일시적으로 수출이 줄었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시작된 올해 들어서도 같은 현상이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품의 자국 생산 확대를 추진하는 등 공급망 재편을 꾀하면서 수출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를 탈피하려 하고 있다"며 "중국에 반도체 등을 수출한 한국 입장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1~20일 수입은 395억3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7% 늘었다. 원유(7.6%)와 가스(81.1%), 석유제품(4.9%) 등이 증가했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작년에 비해 낮아졌지만 가격 하락 전에 계약한 물량이 많고, 이달 강추위로 난방 수요가 늘면서 수입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무역수지는 59억8700만달러 적자였다. 올해 누적 적자 규모는 186억3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9억8400만달러 적자)의 세 배 수준을 기록했다. 월별 무역적자는 지난해 3월 이후 계속되고 있다. 이달 적자가 확정되면 1년 연속이다. 12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1995년 1월~1997년 5월 후 처음이다. 대중 무역수지는 7억81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경기를 '상저하고'로 전망하면서 무역수지도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하고 대중 수출이 눈에 띄게 늘지 않으면 올해도 대규모 무역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도병욱/김소현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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