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기업도 목표물량 채워
이달 들어 회사채 시장 급랭
긴축 강화 우려로 미매각 속출
올해 1~2월 회사채 발행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기관투자가의 뭉칫돈이 몰린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등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시 긴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회사채 수요가 당분간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6일 현대차증권 등에 따르면 공모 회사채 발행액은 1월 7조6254억원, 2월 10조2416억원 등 총 17조8670억원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최대 규모였던 2021년(14조5506억원)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1~2월 회사채 시장엔 기관들의 매수세가 증가하는 '연초 효과'가 나타난다. 기관들이 전년 말에 결산 등을 위해 중단한 회사채 투자를 재개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연초 효과가 예년보다 훨씬 강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올해 둔화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면서 회사채 투자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SK, LG, CJ 등 주요 대기업들이 연초 회사채 시장의 흥행을 주도했다. '눈치 보기'를 끝낸 비우량채도 채권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은행·금융지주·보험업계도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활발히 자본 확충에 나섰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우량 기업이 회사채 증액 발행을 결정했을 정도로 연초부터 매수 열풍이 뜨거웠다"며 "신용도가 낮은 일부 비우량채도 목표 물량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국채 금리가 다시 급등하면서 회사채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리 '바로미터'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일 연 3.878%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 10일(연 4.033%)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등으로 Fed가 다시 긴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리가 상승하는 추세다.
기관들의 외면을 받아 미매각되는 회사채도 속출하고 있다. 이달 들어 현대차증권(AA-), 한국토지신탁(A-), 한신공영(BBB+), JB금융지주(A+) 등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발행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실적 저하 우려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한 선별적 회사채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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