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총액(AUM)의 15%를 매년 배당하는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가 다음 달 국내 증시에 상장된다. 이 ETF를 1억원어치 매수하는 경우 주가가 하락하지 않으면 1500만원(세금 공제 전)을 배당받을 수 있는 것이다. 커버드콜 ETF 시장이 최근 빠르게 확대되며 다양한 상품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들어서도 관련 상품의 신규 상장이 줄을 잇고 있고, 기존 상품의 AUM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배당 커버드콜 ETF 봇물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UM의 15%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매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커버드콜 ETF를 다음 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월 배당 상품이기 때문에 매달 1.25%(15%÷12개월)를 지급하게 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 상품 기초자산에 대한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프리미엄(수수료)을 얻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이때 콜옵션을 잔존 만기가 24시간 이내인 ‘0DTE’로 매도한다. 옵션은 만기까지 남은 기간이 짧을수록 프리미엄이 큰 게 보통이다. 0DTE 옵션 ETF는 미국에서도 지난해 12월 처음 출시됐다.
다른 커버드콜 ETF도 최근 줄줄이 증시에 상장했다. 지난 5일에는 연 12% 배당이 목표인 KBSTAR 200위클리커버드콜이 나왔다. 지난달 27일에는 TIGER 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가 상장됐는데, 투자설명서에서 밝힌 명시적 목표는 없지만, 현재 연 12%를 배당 중이다. 다만 채권은 금리가 낮아질수록 가격 변동성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옵션 프리미엄이 낮아지기 때문에 향후 배당금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지난 1월에는 KODEX 테슬라인컴프리미엄채권혼합액티브와 TIGER 미국테크TOP10+10%프리미엄이 상장됐다. 전자는 배당 목표가 없지만, 현재 연 15%를 유지 중이고, 후자는 연 10% 배당이 목표다. 이들 ETF는 모두 월 배당 상품이다.
자본차익까지 노리는 상품도
커버드콜 ETF의 AUM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 커버드콜 ETF 대장주인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의 AUM은 상장 첫날(지난해 6월 20일) 99억원에서 최근 4637억원으로 늘었다. 상장한지 1년도 안 돼 AUM이 50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커버드콜 ETF의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TIGER 커버드콜 ETF 3개는 기초자산 AUM의 30~40%에 대한 콜옵션을 매도한다. 나머지 60~70%는 기초자산 주가 변동폭에 대한 익스포저(노출)를 유지한다. 이를 통해 기초자산 주가 상승분의 60~70%를 얻고, 나머지 30~40%를 포기하는 대신 여기서 나온 옵션 프리미엄으로 연 10% 안팎의 배당을 한다.
KODEX 미국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은 TIGER 커버드콜 ETF와 달리 기초자산의 100%에 해당하는 콜옵션을 매도한다. 다만 콜옵션 형태를 ‘OTM’(옵션 행사가격을 현재 주가보다 높게 하는 것)으로 해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도 일정 부분 취한다. OTM은 주가가 올라도 콜옵션 행사가격에 도달하기 전에 멈춘다면 옵션 매수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커버드콜 ETF 투자자에게 오른 만큼의 자본차익이 돌아간다.
커버드콜 ETF는 운용 보수가 저렴한 편이다. 대부분 연 0.3% 안팎이며 비싸도 0.5%를 넘지 않는다. 일반적인 파생상품 ETF 운용보수(0.5~1.0%) 대비 저렴하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배당주 투자자는 생활비 등 일상 현금흐름 확보가 목적이기 때문에 운용 보수를 중요하게 본다”며 “이런 조건에 맞춰 투자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찬영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월 배당액에는 일반적으로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지만, 코스피200 콜옵션을 매도해서 받는 배당에는 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며 “이런 상품을 고르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한경닷컴 뉴스룸
hankyung@bloomingbit.io한국경제 뉴스입니다.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