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홍콩·日·英서 IR 총력전
한·일 관계 개선에 日 투자자 ‘우군’ 나서나
정부가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히는 세계국채지수(WGBI)의 오는 9월 편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WGBI 편입을 통해 최대 80조원 가량의 해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달부터 영국과 홍콩, 싱가폴, 일본 등에서 잇따라 투자설명회(IR)을 열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WGBI 편입 결정을 앞두고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외환시장 선진화 대책을 적극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선진화 대책에 대해 아직까지 해외 투자자들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운영하는 인덱스인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25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다.
추종자금은 2조~2조5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FTSE는 WGBI에 편입되는 국채를 매년 3월 말과 9월 말 두 차례 공표하는데, 한국은 2022년 9월 편입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 목록에 오른 후 지수 편입 시도가 세 차례 잇따라 불발됐다.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잔액 500억달러(약 69조원) 이상 △국가신용등급(S&P 기준 A- 이상, 무디스 기준 A3 이상) △시장접근성 레벨 2 등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한국은 2022년 9월 국채 발행잔액 및 국가신용등급 조건을 모두 충족하며 관찰대상국 목록에 올랐다.
문제는 시장접근성이다. 한국은 레벨 1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 편입에 세 차례 실패한 것도 정성적 조건인 시장접근성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가운데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 러시아 뿐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작년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잔액은 2년 연속 20.6%에 머물렀다.
다만 FTSE 러셀측이 제시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IRC) 폐지, 외환거래시간 연장 등 외환시장 구조개선 등을 대부분 충족했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오는 9월 편입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통상 관찰대상국 등재 이후 WGBI 최종 편입까지는 2년가량 소요된다.
더욱이 한·일 관계 개선으로 WGBI에서 영향력이 센 일본 투자자들이 ‘우군’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말 일본의 WGBI 편입 비중은 12%로, 미국(40%)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WGBI에 편입되면 한국 국채 비중은 전체의 2.0~2.5%을 차지할 전망이다. 국내 채권시장에는 50조~80조원의 해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환시장 안정화와 함께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금리 인하로 연간 최대 1조1000억원의 이자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해외 금융기관의 분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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