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망해도 예치금 지킨다"…'안전 자물쇠' 채운 코인
내달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사업자 보안 책임 강화
예치금 은행에 맡겨야
파산땐 고객 반환 우선
불공정행위 집중 단속
이상거래 탐지 의무화
알트코인 작전세력 퇴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미국 승인과 함께 가상자산 시장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 투자를 주저하는 이들이 많다. 가상자산 시장이 법적 테두리 밖에서 몸집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세계 3위 거래소 FTX가 파산하며 투자금이 한동안 묶이는가 하면, 유명인의 ‘스캠 코인’ 논란도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용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다음달 시행되면서다. 사업자로부터 가상자산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차단되고, 시세조종 등을 감독하고 처벌하는 체계가 본격적으로 마련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안정성을 갖추고 도약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예치금 이자도 지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크게 이용자 보호, 가상자산 시장 불공정거래 규제 항목으로 구성됐다.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법안의 핵심은 예치금 관리 규정이다. 법이 시행되면 이용자는 가상자산거래소가 파산하더라도 예치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로부터 받은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해 은행에 예치하거나 신탁해 관리하도록 규정됐다. 사업자 신고가 말소되거나 사업자가 파산선고를 받으면 은행이 예치금을 이용자에게 우선 돌려줘야 한다.
앞으로 이용자는 예치금 이자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거래소는 예탁금 이용료를 지급하는 증권사와 달리 이용자 예치금 운용수익을 이용자에게 배분하지 않았다. 법이 시행되면 거래소는 운용 수익과 발생 비용 등을 차감한 예치금 이용료를 이자 개념으로 이용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관리기관인 은행은 예치금을 자기자산과 구분해 투자자예탁금처럼 국채증권·지방채증권 등 안전한 자산에만 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이용자의 가상자산은 해킹 등 사고로부터 더욱 안전하게 보호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분리돼 해킹 등 침해사고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사업자는 해킹, 전산장애 등 사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콜드월렛이 아닌 인터넷에 연결된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최소 5% 이상을 보상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자의 가상자산 관련 입출금을 차단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 항목을 위반하면 사업자는 입출금 차단에 따른 이용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전산장애 발생, 법원·수사기관 요청 등 정당한 사유가 발생했더라도 차단에 앞서 이용자에게 반드시 통지해야 한다.
거래소도 이상거래 탐지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작전세력의 시세조종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줄어들지도 관심이 모인다. 법안은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법은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행위를 자본시장과 비슷하게 규제하고 있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사기적 부정거래행위(중요사항 거짓 기재·누락 등)를 금지하고, 자기발행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했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단속도 이에 맞춰 강화될 전망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가상자산거래소에도 이상거래 탐지 의무가 부과된다는 점이다. 거래소는 가상자산의 가격 및 거래량에 뚜렷한 변동이 있으면 이상거래인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풍문 또는 보도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불공정거래행위가 의심되면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에 즉시 통보하고, 혐의가 충분히 증명된다면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및 조치 권한도 명확해졌다.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사업자에겐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해 취득한 재산은 몰수되고,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이 추징된다.
“사업자 폐업 주의”
법 시행을 앞두고 일찌감치 폐업하는 사업자도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영업 종료·중단한 사업자 10곳을 대상으로 긴급 현장점검한 결과 7곳이 이용자에게 자산을 제대로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 닫은 거래소 7곳 중 6곳은 종료 사실을 홈페이지에 사전 공지하지 않았다. 종료 공지를 전혀 하지 않은 사업자도 있었다. 또 대다수 사업자는 대표를 포함해 직원 한두 명만 남기고 모두 퇴사해 이용자 자산반환이 늦어지고 있었다. 100만원 이상 이용자에게만 전화 안내를 하는 등 이용자 보호에 소홀한 실태도 다수 확인했다.
사업자가 영업을 종료했거나, 종료를 예고한 경우 이용자는 즉시 반환 요청을 할 수 있다. 이용자는 현재 거래 중이거나 거래한 적이 있는 사업자의 영업 지속 여부와 미반환 자산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용자가 장기간 반환을 요청하지 않으면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인한 규제 준수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 종료 사업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용자 유의를 당부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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