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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못마땅해"…꼰대는 '비트코인 투자' 못하는 이유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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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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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판하며 등장해 금융과 자본의 탈권위를 추구한다고 전했다.
  • 세계 주요 금융사들이 비트코인을 인정하며, 이는 비가역적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 비트코인밈 코인 등 코인의 탈중앙화 원칙이 지속되고 있으며, 투자자 보호와 합리적인 질서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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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승의 ₿피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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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마땅한 코인들, 탈권위주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세상은 잠잠했다. 비트코인을 계승하는 알트코인들이 여럿 등장하고, 코인 가격이 수백 배 오를 때, 사람들은 당황했다. 강아지와 개구리 로고의 밈 코인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혀를 찼다. 이제 비트코인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ETF가 되었고, 미국 신임 대통령이 '크립토 프레지던트'를 표방하며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밈 코인을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끊임없이 '혀를 차게' 만드는 코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있다. 코인을 탈권위주의 운동의 한 갈래로 바라보자. 그러면 못마땅한 많은 것들이 납득된다.

문명과 함께한 탈권위주의 운동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규칙이 폭력에서 법과 도덕으로 진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탈권위주의 움직임이 벌어져 왔다. 1215년 영국인들은 왕도 법을 지켜야 한다며 대헌장(Magna Carta)에 왕의 서명을 받아 냈고, 위대한 신과 교회가 아닌 인간에 관점을 돌리자는 14세기의 르네상스 운동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이어진다. 17세기의 계몽운동은 절대군주제와 종교적 권위에 도전했고 1789년 프랑스혁명의 기초가 되었다. 그렇게 깨어난 유럽이 강력한 군대로 전 세계에 식민지를 만들자, '제삼세계'의 시민들은 민족주의 운동과 반제국주의 운동으로 식민통치자의 권위에 대항한다.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이나 인도의 비폭력 저항 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미-소 양극의 군사적 패권 경쟁이 심화하던 시절, 전 세계 시민들은 프랑스에서 시작된 '68혁명'을 통해 군사적 권위주의 체제와 사회질서에 도전했다. '프라하의 봄'이나 미국의 베트남 전쟁 반전 운동 등 권위주의에 항거하는 움직임은 전 세계로 확산했고, 이 사조는 지금도 계승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군사정권의 권위를 무너뜨린 대통령이 있었고, 사회 전반의 권위주의를 해체하고자 노력했던 대통령이 있었다.

코인과 탈권위주의가 무슨 상관인가?

코인이 낯설고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탈권위적이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을 만들어 판매 및 관리하는 금융기관은 무릇 거대하고, 유명하고, 믿을 수 있으며, 권위적인 조직이다. 세계화 움직임과 더불어 각국의 금융사들은 글로벌 규모의 금융사들과 합종연횡했고, 그들의 이름들은 글로벌의 권위를 업고 더욱 거대해졌다. 소비자들은 규모와 권위를 신뢰와 동치하고, 이는 특히 아시아 문화권에서 강력한 현상이다.

코인들은 정반대다. 권위를 띄는 대단한 기업이나 인물의 이름에 기대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는 익명이며 정체가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1994년생으로, 이더리움이 출시된 2014년에는 스무 살이었다.

리플 창시자인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야후의 부회장(Senior Vice President) 출신이지만 시총 1800억 달러인 리플(XRP)의 권위가 의지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시총 10위권인 트론(TRX)의 창시자 저스틴 선(Justin Sun)은 그레다나의 WTO 상임대표 겸 특명 전권대사에 임명된 후 "His Excellency Mr. Justin Sun, Ambassador Extraordinary and Plenipotentiary, Permanent Representative of Grenada to the WTO"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획득했으나, 이 타이틀이 트론 네트워크나 트론 코인의 권위를 세워 주지는 않는다.

모든 코인의 조상님인 비트코인이 그렇게 설계된 탓이다. 비트코인은 68혁명의 반권위주의 정신을 계승한 사이퍼펑크(cypherpunk)에 철학적 기반을 두고 있다. 나카모토 사토시는 1990년대 사이퍼펑크 메일링 리스트에서 논의된 디지털 화폐나 탈중앙화 네트워크 등의 아이디어들을 통합하여 비트코인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개인 간 전자 현금 시스템'인 비트코인(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의 탈중앙화, 탈권위, 무 신뢰(trustless) 체계를 계승하여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을 추가한 것이 이더리움이고, 그 이더리움의 철학과 기능을 계승해 속도나 기능을 개선한 것이 카르다노(ADA), 솔라나(SOL), 아발란체(AVAX), 수이(SUI), 트론(TRX) 등 소위 '이더리움 킬러'들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여러 탈중앙화 플랫폼상에서 특정 기능을 위해 사용되도록 탈중앙화 설계된 '유틸리티 코인'들도 등장하며 코인들은 발전해 왔고, 수많은 코인이 명멸하는 가운데에서도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원칙은 지속 계승되어 왔다. 거대한 중앙주체에 권위를 기대지 않아야만, 즉 권위적 주체가 없어야 블록체인이고 코인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장난 같은 밈 코인의 등장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코인에서 사상적 권위주의, 기술적 권위주의를 제거하고 '탈권위'만 남긴 것이 바로 밈 코인이다. 밈 코인의 이름이나 로고 등에 레딧(Reddit)이나 트위터(현 X) 등에서 나온 웃기는 그림이나 단어, 즉 하찮은 것들이 자주 쓰이고, 대단한 철학이나 사업 계획, 기술 구현 등을 진지하게 논하는 논문 형태의 없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그간 코인의 신뢰성을 유명 벤처캐피털(VC) 등 초기 투자자의 권위에 일부 의존하던 업계 동향에도 반발하며 발행 즉시 시장에 모두 유통해 버리는 공정한 출시(fair launch)가 밈 코인 계의 암묵적인 규칙인 것도 이를 방증한다(안타깝게도 트럼프 밈 코인은 이 규칙을 따르지 않고 발행량의 80%를 트럼프가 가져갔다).

금융과 자본의 탈권위

비트코인부터 트럼프 밈 코인까지 우리는 금융과 자본의 탈권위를 목도하고 있다. 위인의 반열에 오른 대단한 기업가가 세운 글로벌 거대 금융기관 소속의 정장 입은 엘리트들이 아닌, 헤드폰을 목에 걸고 후드티를 입은 익명의 개발자들이 온라인상에서 뚝딱 만들어 낸 자산이 세계적으로 거래되고 가격이 올라가자 금융과 자본의 권위가 해체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코인과 밈 코인을 평가하고 비판하기 전에 권위적인 기존 금융 시스템이 과연 잘 해왔는지를 먼저 논해야 한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판하며 출시되었다. 비트코인 첫 블록에 새겨진 2009년 1월 3일 자 더 타임스(The Time)라는 글귀가 이를 증명한다. 정부가 무제한으로 화폐를 찍어내 일반인들이 가진 저축의 가치가 하락한 것에 대항하듯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을 2100만 개로 고정하고 발행 속도와 주기를 예측할 수 있게 만들었다. 비트코인이 '건전한 돈(sound money)'으로 불리는 이유다.

한때 자금세탁 도구나 범죄의 온상 취급을 받던 비트코인은 이제 글로벌 메이저 금융사들이 앞다투어 취급하는 금융자산이 되었고, 가상자산 탄압에 앞장섰던 미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조차 최근 사임하기 직전 '금과 비슷하다'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한 달 전 연준의 파월 의장도 같은 발언을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미국 대통령은 '크립토 프레지던트'를 표방하며 미국을 세계의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금융과 정치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가진 이들이 비트코인을 인정했으니, 비트코인의 탈권위, 더 나아가 가상자산의 탈권위 움직임은 68혁명이나 르네상스처럼 성공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시대의 비가역적 흐름이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2조 달러)이 사우디 아람코(1.8조 달러), 은(1.7조 달러), 메타(1.6조 달러), 테슬라(1.3조 달러)를 추월하는 시대다. 도지코인(DOGE), 시바이누(SHIB), 봉크(BONK), 페페(PEPE) 등 이름부터 우스운 밈 코인들의 시가총액이 합산 1천억 달러를 초과하는 시대다. 세계 1위 부자인 '도지코인의 아버지(dogefather)' 일론 머스크가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정부효율부)라는 신설 연방 정부 부처의 수장이 되어 연방정부 비용 절감에 블록체인 도입을 논하는 시대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증시에 허락된 지 고작 1년 만에 도지코인 현물 ETF 신청서가 접수되는 시대다.

탈권위는 낯설다. 아이돌 춤을 추는 경찰도 낯설고 소탈한 동네 할아버지 같은 대통령도 낯설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 비판론자도 20년 전에는 신임 장관이 '빽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원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질타를 받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탈권위는 시대의 비가역적 흐름이다. 대헌장과 르네상스의 시대부터 밈 코인의 범람까지, 왕권신수설부터 글로벌 금융까지, 권위의 해체 속에서 인류는 혁신하고 발전했다.

새로운 것이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다. 중국의 전통 사상과 관습의 권위에 도전한 문화대혁명이 무질서와 학살로 귀결되었듯, 권위의 해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모든 코인과 밈 코인이 다 올바른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투자자들을 속이는 등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과 자본의 탈권위가 시대의 비가역적 흐름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간다. 이제는 이 흐름을 외면하거나 부정할 것이 아니라, 이 흐름 속에서 어떻게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합리적인 질서를 세울지 고민할 때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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