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 반도체 한파로 14년만에 역대급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LG전자는 14년 3개월만에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했지만 주가 상승폭은 삼성전자보다 낮았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700원(4.33%) 오른 6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의 잠정실적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95.8% 감소했다. 증권가에서 전망했던 영업이익 수준(1조원)을 크게 밑돌았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1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또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14조1천214억원에 비해 95.75% 급감했다.
통상 영업이익의 60∼70%가량을 차지하며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부문이 메모리 업황 악화에 대규모 적자를 낸 여파다.
증권가에서는 통상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대대적인 감산 움직임에도 인위적인 반도체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삼성전자는 결국 이날 처음으로 감산 돌입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설명 자료에서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난이도가 높은 선단 공정과 DDR5·LPDDR5 전환 등에 따른 생산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제약을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으나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증권가에서는 최대 메모리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의 감산은 동사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의 파급력이 크며 경쟁사들로 하여금 추가적인 감산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보유 재고의 수준 절대량이 많아 연중으로 유의미한 수준까지의 감소는 어려울 수 있기에 계약가격 인상은 4분기는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재고의 피크아웃과 공급사의 감산 기조는 수요 측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수 있으며 이는 현물가격 인상으로 선행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한파에 고전한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가전(H&A)과 자동차부품(VS) 부문의 사업 호조로 14년만에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LG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00원(0.35%) 오른 11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LG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3% 감소한 1조497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2.6% 줄어든 20조4178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매출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매출은 삼성전자가 3배 넘게 크지만 영업이익은 LG전자가 웃돌았다. LG전자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74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LG전자는 1014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전장 사업의 고속 성장과 함께 B2B 비중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서비스, 솔루션 등 Non-HW 사업과 온라인브랜드샵(OBS)을 앞세운 소비자직접판매(D2C) 영역도 강화 중이다.
사측은 "히트펌프, ESS 등 고효율·친환경 시장과 고객의 니즈를 조기에 센싱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고 볼륨존에 해당하는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가성비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대응하는 등 노력들도 견조한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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