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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폭등에 지지율 최저…트럼프가 내놓은 위험한 승부수 [임다연의 메인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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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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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요약

  • 트럼프 대통령의 신용카드 금리 상한 10% 도입 예고로 비자·마스터카드·JP모간 등 금융주가 3~4% 급락했다고 전했다.
  •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주택 매입 제한Fed 기준금리 연 1% 이하 인하 압박이 이어지며 정책 신뢰도 훼손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 트럼프 대통령의 WTI 유가 배럴당 50달러 목표1인당 2000달러 현급 지급 구상이 미국 원유업계와 재정·관세 리스크를 키우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전했다.

미국인 10명 중 7명 "생활비 감당 못 한다"

중간선거 앞두고 '생활비 잡기'로 선회한 트럼프

신용카드 금리 상한 10% 추진에 금융株 직격탄

'유가 50달러' 목표에 美 원유업계도 흔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지금 미국에서는 '감당 가능한 생활비'(affordability)라는 용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고물가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입니다. 지표상 물가는 2%대 중후반으로 비교적 안정돼 있지만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물가가 높다는 게 문제입니다.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달 성인 14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생활비가 '매우 감당하기 어렵다'거나 '전혀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마리스트가 해당 설문을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생활비 잡기'를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우며 주택·금융·에너지 등 전 분야에 걸쳐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감당 가능한 생활비'라는 표현을 두고 "민주당이 만들어낸 가짜 용어"라고 일축해 왔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2기 전체를 통틀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그가 내놓은 정책 가운데 일부는 과도하거나 반시장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생활비 대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1. 신용카드 금리 상한

13~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선 금융주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13일에는 비자, 마스터카드, JP모간 등 주요 카드사와 은행 주가가 3~4% 넘게 급락했습니다. 이어 14일에도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이 3~4% 넘게 하락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용카드 이자율 상단을 연 최대 10%로 제한하는 방안을 20일부터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후폭풍입니다.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의 신용카드 평균 이자율은 연 20.97%입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4년 이후 10% 아래로 내려간 적은 한 차례도 없습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의 제러미 바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지 근거가 약한 지침이 부당하게 우리 사업을 크게 바꾼다면 모든 방안이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신용카드 금리 상한이 도입되면 신용도가 낮은 가계와 소상공인의 신용 접근성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연 10% 이상 금리를 못 받는 카드사 등이 저소득층에 신용카드 발급 자체를 꺼릴 것이고, 이렇게 되면 저소득층은 오히려 은행이나 카드사 밖에서 고금리 '페이데이론(초단기 소액대출)'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단독주택 매입 제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관투자가의 단독주택 매입도 제한하겠다고 했습니다. 주택 수요를 줄여 주택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SNS를 통해 "사람들은 기업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집에 사는 것"이라며 의회에 관련 법제화를 촉구했습니다.

미국 주택 가격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약 55% 상승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원인으로 대형 투자회사의 주택 매입 확대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통계를 보면 대형 투자자의 주택 매입은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감소세를 나타냈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대형 투자자의 주택 매입 비중은 2024년 기준 21.7%로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작년엔 상반기 기준 2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소액 투자자는 2024년 기준 전체 주택 매입의 59.2%를 차지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은 셈입니다. 원인 진단이 빗나간 대책이 과연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 Fed 압박

미국 중앙은행(Fed)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압박도 체감물가 잡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9일 Fed 청사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해 제롬 파월 Fed 의장에게 소환장을 보냈습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연 3.75%(상단 기준)인 기준금리를 연 1% 아래로 낮추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1년 뒤 어느 수준의 금리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연) 1%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더 낮게"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Fed가 지난달 공개한 점도표(Fed 위원들의 금리 예상치)에 따르면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는 연 3.4%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는 격차가 매우 큽니다. 시장에선 Fed에 대한 행정부의 정치적 압박이 지속될 경우 정책 신뢰도가 훼손돼 경제 운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4. 유가 '배럴당 50달러' 5. 현급 지급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베네수엘라 원유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내놓고 있는데요. 이 역시 미국 원유업계에는 달갑지 않은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법적·정치적 리스크가 존재하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부텍사스원유(WTI) 배럴당 50달러 수준은 손익분기점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보다 더 하락할 경우 수익성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장기적인 저유가 국면은 미국 원유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 1년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 추이. 14일(현지시간) 배럴당 61.88달러에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목표로 하는 50달러보다 10달러 이상 높다. (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지난 1년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 추이. 14일(현지시간) 배럴당 61.88달러에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목표로 하는 50달러보다 10달러 이상 높다. (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활용해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1인당 2000달러(약 294만원)를 지급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정책입니다. 실현 가능성도 미지수입니다. 미 연방대법원이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이미 징수한 관세의 환급이 불가피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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