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달러인덱스가 4년 전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전했다.
- 정책 불확실성과 미국 자산 신뢰 약화로 달러스마일 이론 창시자는 이번 움직임이 달러 추가 하락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 달러화 가치 하락과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움직임 속에 국제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5200달러를 돌파했고 은 가격도 상승했다고 전했다.
금은 5200달러 돌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달러 가치가 4년 전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미 미국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와 미국 중앙은행(Fed) 독립성 침해 논란으로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경제와 대외정책 불확실성이 달러 약세 흐름을 뒷받침할 것으로 관측된다.
27일(현지시간)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장중 전장 대비 1.53% 하락한 95.55까지 내려오면서 2022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해 올해 들어서만 3%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과 일본 당국이 엔화 가치 부양을 위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밖에 Fed에 대한 압박,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야욕, 미국 재정적자 확대 등을 둘러싸고 달러 자산 신뢰도가 약화한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유로화는 달러 대비 16% 상승했고 스위스 프랑도 19% 이상 올랐다.

특히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혀 달러 가치 낙폭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화 약세를 우려하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달러 가치는 우리가 하고 있는 산업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달러는 훌륭하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또 나는 중국과 일본과 정말 열심히 싸웠다"며 "그들은 항상 통화를 평가절하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반긴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수출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약달러를 원한다는 점을 부인해왔지만,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현재 시장에 퍼져 있는 해석을 어느 정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강세가 동반됐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52.1엔대까지 떨어지며 엔화 가치가 3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닛케이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온라인으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후 환율과 관련해 "필요에 따라 미국 당국과 긴밀히 공조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게 엔화 매수세를 자극했다.
지난 23일만 하더라도 엔달러 환율은 159엔까지 올랐다가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외환시장 딜러들과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 점검을 실시하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급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엔화 강세는 식료품, 에너지 등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때문에 미국이 친미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은 달러 약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달러화 약세를 불러온 요인이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가 유럽 등 동맹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이들이 미국 국채와 같은 자산을 매도할 수 있다는 불안이 확대됐다. 올해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제롬 파월 Fed 의장 후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를 지목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은 "달러 가치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결정에 의해 더욱 가속화했다"며 "그린란드 합병, Fed 압박,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 적자 심화 우려,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킨 리더십 스타일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민당국 요원에 의한 미니애폴리스 총격 사망 사건 여파로 미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국토안보부 예산안에 문제를 제기하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가능성을 높인 것도 달러 약세에 기여했다.
달러스마일 이론(미국 경제가 매우 호황이거나 침체일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는 이론)을 창시한 스티븐 젠 전 모건스탠리 통화전략가는 "이번 움직임은 달러가 한 단계 더 추락하는 국면의 시작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지금의 통화 분석가들은 달러 약세와 미국 경제 호조가 공존하는 (낯선) 시나리오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안전자산 수요는 금에 몰렸다. 이날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5200달러를 넘겼다. 은 현물 가격도 트로이온스당 110달러 선을 넘겨 거래되고 있다.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라 미국 자산 비중을 줄이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움직임에 따라 귀금속 가격이 상승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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