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이란 항구 나포 경고로 이란의 원유 수출과 전쟁 자금 조달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 이 조치로 하루 185만 배럴 이란산 원유 공급 차질과 함께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 수급난, 세계 경제 악영향,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이 커지는 고위험 소모전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밝혔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이란 돈줄 차단 '숨통 조이기'
트럼프, 협상 주도권 장악 포석

미국이 13일 이란 항구 봉쇄에 들어갔다. 이란의 숨통을 조여 다음 평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국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해협과 걸프만 일대 선박에 "승인 없이 봉쇄 구역에 진입하는 모든 선박은 차단, 회항, 나포 대상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란과 관계없는 선박은 자유로운 통행이 허용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해협 통행은 완전히 막히게 됐다. 개전 이후 이란이 허가하는 선박만 통행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마저 나포 등을 통해 저지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의 어떤 항구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며 걸프 일대의 미국 동맹국을 위협했다. 보복을 위해 "아직 사용하지 않았던 다른 카드를 쓸 수 있다"고도 했지만 실제 공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 평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튀르키예와 이집트 외교장관이 스티브 윗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특사,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연쇄 통화하며 중재에 나서고 있다. 해협이 완전 막히면서 원유 수급난이 길어지면 세계 경제가 처할 어려움을 감안할 때 미국의 봉쇄 조치가 장기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 항만 봉쇄 자체가 상대를 몰아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협상 수법이라는 해석이다.
하루 185만 배럴의 원유를 중국 등에 수출하던 이란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원유를 팔아 조달하던 전쟁 자금도 들여오기 어려워졌다.
양국의 협상은 갈림길에 서게 됐다.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예측하기 힘든 파국을 맞게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공급난 심화 우려에 국제 유가는 상승했다. 13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은 약 8% 오른 배럴당 104.20달러, 브렌트유 6월물은 약 7% 상승한 배럴당 101.86달러를 기록하며 다시 100달러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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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해제를 위한 봉쇄."
13일 미군의 이란 항구 봉쇄는 복합적 성격이 있다. 해상을 막아 이란에 경제적 타격을 주는 동시에 사실상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 이란의 통제권도 약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21시간 협상에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이란과의 평화협정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문제는 이번에도 이란이 강하게 반발하며 미국이 의도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이 싸움을 걸어온다면 우리도 싸울 것이며, 미국이 논리를 가지고 온다면 우리도 논리로 응답할 것"이라며 항전 의사를 밝혔다.
이번 봉쇄 조치 이후 추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더 큰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 7일 선언한 2주간의 휴전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美의 이란 경제 숨통 끊기
미국·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선박 통행은 대부분 중단됐지만 이란은 자유롭게 해협을 이용해왔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은 3월까지 원유를 하루평균 185만 배럴 수출했다. 이는 전쟁 전 3개월 평균보다 10만 배럴 늘어난 것이다.
전쟁 와중에도 원유 시장 불안을 가능한 한 줄이려는 미국 정부가 이란 원유를 실은 유조선의 해협 통과를 묵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때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자 미국은 해상에 떠 있는 이란산 원유에 한시적으로 판매를 허용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취했다.
이 같은 조치는 이란이 원유를 팔아 전쟁 자금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란은 브렌트유와 비교해서도 웃돈을 붙여 중국, 인도 등에 원유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에는 이란에 더 심한 경제 충격을 강요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도가 담겼다. 휴전 기간 이뤄질 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장기화 시 경제 악영향 불어나
문제는 이란 원유 봉쇄가 국제 에너지 시장의 수급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수출하는 하루 185만 배럴의 원유는 전쟁으로 국제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는 원유 1300만 배럴의 14% 정도다. 그만큼 원유 공급이 줄어들면 유가에는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미군이 본격적으로 봉쇄 작전을 벌이면 전쟁 목표가 이란의 핵 능력 제거에서 호르무즈해협 통제권 장악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해협 해안선을 따라 구축된 이란 진지의 약 60%가 건재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이들이 미국 해군과 기약 없는 소모전을 펼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봉쇄로 6주간 분쟁이 해협 장악을 위한 무기한 작전으로 바뀔 것"이라며 "이란과 세계 시장 중 누가 더 큰 고통을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고위험 소모전이 촉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군의 해협 봉쇄가 주변국에 대한 이란의 보복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송유관이다. 사우디는 이란 공격으로 타격받은 송유관의 원유 수송 능력이 하루 약 700만 배럴로 완전히 회복했다고 밝혔다고 최근 밝혔다. 이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와 홍해 사이의 1200㎞를 잇는다. 송유 시설이 다시 한번 이란의 공격을 받으면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원유 수송 노력 역시 좌절될 수밖에 없다. 미국 정보 당국자에 따르면 이란은 여전히 탄도미사일 수천 발을 보유했으며 지하 저장소 내 발사대도 상당수 사용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다리와 발전소, 수처리 시설에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봉쇄 이후 추이에 따라 휴전 지속 여부도 영향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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