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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한 방에 불확실성 정리, "3월, 25bp 인상"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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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었던 건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예상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란 두 가지 불확실성이 겹쳤던 탓입니다. 전쟁은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공격적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일(미 동부시간) 불확실성 하나가 어느 정도 제거됐습니다.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의회 증언에서 "3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리겠다"라는 뜻을 확고히 밝힌 덕분입니다. 오는 15~16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확실히, 구체적으로 수치까지 제시한 것입니다. 월가에선 Fed 의장이 다음 회의에서 뭘 하겠다고 이렇게까지 자세히 밝힌 적이 없었다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파월 의장이 오전 10시 30분께 이렇게 발언하자 시장에선 50bp 인상설, 전쟁 통에 금리를 올리겠냐는 관측 등이 싹 정리가 됐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큰 안도감을 줬습니다.
파월 의장의 발언 내용은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됩니다.

① 금리 25bp 올린다

파월 의장은 "3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올릴 것을 제안하고 싶고, 지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노동시장은 엄청나게 강한 수요 속에 굉장히 빡빡하며 빠른 임금 상승세는 수년 내 가장 빠르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② 러시아 침공, 아직 큰 영향 없다

파월 의장은 "우크라이나 침공, 진행 중인 전쟁, 제재, 앞으로 일어날 사건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라면서도 "우리가 신중하게 기존 계획대로 전진(금리 인상)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러시아와 많은 관계가 있지는 않다"라면서도 "원유나 천연가스뿐 아니라 밀, 팔라듐 등 원자재를 통한 알지 못하는 2차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적절한 통화 정책을 세우려면 경제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진화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라며 "들어오는 데이터와 진화하는 전망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③ 자산 축소 발표, 이달 이후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감축과 관련, "(논의에) 좋은 진전을 거두고 있지만, 이번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리 인상이 시작된 후 자산 축소는 "주로 재투자 조정을 통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대차대조표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이는 한 달에 700억~800억 달러의 대차대조표 감축 상한선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이 예상해온 월 1000억 달러 선보다 적은 수준입니다.

④ 인플레이션 여전히 둔화 기대

그는 "재정 지원 축소와 금리 인상으로 공급 제약이 완화되고 수요가 줄어들면서 인플레이션이 올해 정점에 도달해 떨어지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높거나 지속해서 높아진다면, 올해 후반에 한 번 이상의 회의에서 금리를 50bp 인상함으로써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⑤ 파월은 역시 비둘기?

파월은 금리 인상이 이어져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우리는 이미 매우 도전적이고 불확실한 순간에 불확실성을 추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 침공과 관련, "결론은 우리가 계속 (금리 인상을) 진행할 것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중립금리(인플레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이론 금리)에 대해 연 2~2.5% 사이라고 밝혀 시장 기대보다 낮음을 시사했습니다. 중립금리가 높다면, 기준금리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는 "우리가 중립금리 이상으로 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말로 3월 FOMC가 열릴 때까지는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라면서 "이날 파월의 발언을 정리하면 3, 5, 6월에 세 번 25bp씩 금리를 올린 뒤에 재점검하고 만약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면 50bp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대차대조표는 시장이 예상하듯 올여름께 감축이 시작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ING는 "파월의 발언은 시장에 긴축 경로에 대한 더 많은 확신을 줬고, 시장은 3월 25bp를 포함해 연말까지 최대 140bp 인상하는 걸 예측한다"라고 밝혔습니다. ING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고려할 때 긴축 경로에는 변동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며 "지정학적 위기가 어떻게 발전할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Fed가 올해 6번 금리를 인상하고, 2분기 말에 대차대조표의 점진적이고 소극적인 감축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바클레이스는 “파월 의장의 증언을 볼 때 우리는 3월부터 올해 5번의 25bp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대차대조표 정상화 계획은 5월에 발표되고 6월에 시행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 선물은 이날 새벽 5시께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크렘린궁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힌 후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9시 30분께 0.3~0.5% 수준의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런 뒤 장중 두 번 급하게 튀었습니다. 첫 번째는 오전 10시 25분께 파월 의장이 "25bp 인상을 지지한다"라고 밝힌 직후입니다.
두 번째는 오전 11시께였습니다. AFP가 러시아의 협상단을 인용해 휴전(ceasefire)이 의제에 있다는 보도를 내보낸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워낙 암울한 소식들이 많다 보니, 긍정적 뉴스가 나오면 시장이 크게 반응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보도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최후통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휴전 제안을 두 손 들고 항복하라는 최후통첩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증시는 지속해서 달렸습니다. 그리고 다우는 1.79%, S&P500 1.86%, 나스닥은 1.62% 올랐습니다.

이날 금리도 급등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은 전날 1.725%에서 이날 1.887%로 치솟았습니다. 상승 폭이 16.2bp에 달합니다. 기준금리 움직임을 잘 반영하는 2년물 움직임은 더 극적이었습니다. 전날 1.349%에서 17.9bp나 급등해 1.528%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하루 1.269~1.536% 사이에서 요동쳤습니다. 지난 며칠간 이어졌던 '긴축을 늦출 것'이란 베팅이 파월 의장 발언에 확 되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날 아침 발표된 고용정보업체 ADP의 민간고용이 2월 47만5000개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금리 상승을 지원했습니다. 다만 ADP의 1월 수치가 30만1000개 감소에서 50만9000개 증가로 수정되는 커다란 오류가 발견되어 통계의 신뢰성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금리가 오르자 골드만삭스 2.5%, JP모건 2.07% 오르는 등 금융주 업종 지수가 2.55%나 급등했습니다. 또 캐터필러 주가가 5% 이상 상승하는 등 소재(2.24%), 에너지(2.22%), 산업재(2.19%) 등 경기민감주들이 급등했습니다. 애플이 2.06% 오르는 등 빅테크도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장세에서도 고평가 기술주들은 내림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아크의 이노베이션 ETF는 1.1% 내림세로 마감했습니다. 금리 상승에 부정적이기 때문이겠지요.
S&P500 지수는 4386.54로 마감했습니다. 다시 지난 2월 25일 수준으로 돌아간 겁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4200선에 있는 바닥은 더욱 강력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장기적 그림으로 보면 S&P500 지수가 4450을 넘어서야 이번 조정장의 하락세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가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이날 브렌트유는 8.81% 급등해 배럴당 114.22달러, 서부텍사스원유는 7.77% 상승한 111.4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11년 5월 이후 10년 만의 최고가입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 하루 최대 60%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이는 어제 전해드렸듯이 원유 구매자들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사는 걸 피하기 있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에 나온 러시아산 원유의 70%가량이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아예 원유 시장에서 무역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유럽의 정유사들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산 원유의 큰 구매자이며, 지금은 서방의 제재가 없으므로 계속 살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기를 꺼리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제재가 취해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고, 유조선 선주들도 러시아 항구로 선박을 보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석유회사들이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8달러나 낮은 기록적 할인가에 러시아산 원유를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구매자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유럽 정유사들이 북해 브렌트유 등의 구매에 나서면서 다른 원유들의 가격은 치솟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4월 정례회의를 갖고 증산 규모를 기존과 같은 하루 40만 배럴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추가 증산을 해달라는 미국 측의 요청은 역대 최단 시간인 단 13분 만에 끝난 회의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에너지 가격이 계속 높아진다면 인플레이션은 높게 유지되겠지요. 그럼 파월 의장은 하반기 50bp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 2월 소비자물가(CPI)는 5.8% 상승해 역대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시장 예상치 5.4%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역시 폭등한 에너지 탓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물가상승률은 3월에 6%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도 "완화적 통화 정책의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비둘기파인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도 좀 강한 어투로 "Fed가 금리를 올려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악화한다면 우리는 더 빨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금리를 빨리 올리면 인플레이션은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경기도 망칠 수 있다는 것이죠.

파이퍼 샌들러는 "1970년대 이후의 모든 경기 침체를 관찰하면 한 가지 분명한 점을 알 수 있다. 경기 침체는 일반적으로 Fed의 긴축, 유가 급등 두 가지가 선행된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Fed가 금리를 인상했지만, 에너지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던 1984년, 1994년, 그리고 2016년에는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파이퍼 샌들러는 "지난 100년 동안의 금리 인상 사이클을 분석하면 Fed가 금리를 인상할 때 나타나는 경기 침체가 훨씬 더 광범위하고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책 금리를 인상하면 프라임 금리도 오르기 때문입니다. 이 프라임 금리는 신용카드 금리, 자동차 대출, 주택 담보 대출 등과 같은 소비자 대출 등의 기준으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책 금리 인상이 경기를 둔화시키는 데는 18개월의 시차가 있습니다.

파이퍼 샌들러는 "Fed가 2022년에 6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한다면 2023년에는 경기 침체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침체를 피하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나서 유가가 가라앉든지 또는 Fed가 6~7번이 아니라 몇 번만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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