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환경 파괴의 주범?…오히려 그 반대다 [한경 코알라]
비트코인 관련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그로 인한 수요 증가 덕분에 채굴에 투입되는 전력량 역시 증가하는 추세이다. 유럽연합(EU)은 1년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가 스웨덴 전체에서 사용되는 전기의 양과 맞먹는다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수 없었는지, 아예 채굴 자체를 금지해버리려는 시도를 법안 상정을 통해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EU가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 금지한다고 한들 소용이 있을까. 지난해 자국내 비트코인 채굴을 완전히 금지한 중국의 해시레이트 비중이 지난 1월 들어 다시 세계 2위로 올라온 것만 봐도 채굴을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비트코인 채굴은 이미 EU와 환경단체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심지어 일부 암호화폐 업계의 유명인사들까지 비트코인 채굴을 비난하며 작업증명 방식(PoW)보다 지분증명 방식(PoS)이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모두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이 믿음이 얼마나 강한지 이제는 비트코인이 지구온난화 및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단정짓는 '방구석 전문가'들의 주장까지 나타났다. 이런 주장은 명백히 FUD(Fear, Uncertainty, Doubt, 두려움, 불확실함, 의심)에 불과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트코인 채굴은 비효율이 만연한 전기 생산 및 유통 구조를 개선해준다. 또 순수하게 지속가능 에너지로의 전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채굴 산업의 연간 전기 사용량은 약 145 테라와트시(TWh)로 전 세계 총 전기 사용량의 0.32%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 5년 동안은 연간 11.8~120.5 TWh 씩 늘고있다. 이는 풍력 발전기 2400대를 매년 새로 증설해서 얻는 전기와 맞먹는다. 참고로 미국에는 매년 약 3,000대의 풍력 발전기가 새로 설치되고 있다. 그러니 비트코인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것은 사실이다. 비트코인 인프라 개발기업인 NYDIG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27년이 되면 비트코인의 전기 사용량은 연간 총 705 TWh 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간 비트코인의 전력 사용량(좌)과 네트워크 난이도(우) 증가추세 /
비트코인 채굴 협의회(Bitcoin Mining Council)에서 발간한 작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57%는 신재생 에너지(수력, 풍력, 태양광, 원자력, 지열 등)에서 나온다. 채굴장들의 사업모델은 전기 사용료를 최소화 할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현재 일부 국가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시설에서 나오는 ‘잉여 전력'이 이들이 가장 저렴한 전기를 얻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비트코인 채굴의 클린에너지 이용 비중은 빠르게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배출 금지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국가들에서는 더 그렇다.
에너지가 운영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성 때문에 비트코인 채굴장들은 전기료에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채굴은 꼭 특정 지역에서 고정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없이 여러 위치를 옮겨다니며 작동할 수 있다. 이들은 전기료가 싼 지역에 위치한 발전소를 찾아다니며 계약을 맺는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로 표현하면 워케이션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함께한다는 의미)이 가능한 직업이라고 해야할까. 채굴을 통해 비트코인을 버는 작업은 마라톤이 아닌 단거리 경주와 비슷하기 때문에 하루 중 특정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이런 특성은 단기 에너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지리적 유연성 덕분에 비트코인 채굴장은 가장 저렴한 전기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발전소와 늘 가까운 곳에 위치할 수 있다. 이들 발전소에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전기가 항상 생긴다. 비트코인 채굴은 이들을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전혀 다른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게 가능하다. 남는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전송하는 덴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런데 비트코인으로 전환시키면 전 세계 어디로든 아무 문제없이 가치를 이동시킬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원자력 발전소들이 다른 저가 에너지 발전소들과 경쟁하고 매출 증대와 경제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비트코인 채굴을 활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의 전력 사용량이 줄어들어 잉여 전기가 생기면 이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여 추가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도 마찬가지다. 햇빛이 너무 많이 쏟아져 잉여 전력이 생산된 발전소는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잉여 전기를 비트코인으로 바꾸고, 이를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매출이 나지 않는 발전소의 유지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
겨울에는 엄청난 한파가 찾아들고, 여름에는 극심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등 날씨 변화가 극심한 지역은 전력 수요가 1년 내내 고무줄처럼 널뛰기한다. 이런 지역은 전력 수요가 정점에 달할때는 전기가 한없이 모자라지만 반대로 전력 수요가 낮을때는 한없이 전기가 남아돈다. 전문용어로 전력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심하다고 한다. 전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 이런 지역에 공격적인 시설 투자를 단행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 채굴이 활용되면 가능하다. 전력 수요가 상승하는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지역 주민들의 전력수요를 감당하는데 온전히 전기를 활용하고, 수요가 낮아지는 시즌에만 발전기를 비트코인 채굴에 활용하면 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비트코인 채굴은 특정 위치와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단거리 경주'이기 때문에 에너지 산업의 비효율성과 수요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탁월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에서 아직 비트코인 채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대부분의 비판이 잘못된 상식에 근거한 FUD(Fear, Uncertainty, Doubt - 두려움, 불확실함, 의심)이지만 업계 내에서도 이를 단순히 비트코인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치부하고 넘길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PoW 채굴의 효용성을 설파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사용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문제는 단순히 국가 차원에서 CO2 배출을 금지하는 수준의 방식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에너지 발전 기업들에게 친환경 에너지 발전 시설 확충에 공격적으로 투자할만한 ‘인센티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비트코인 채굴 산업을 이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비트코인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바라보는 제도권의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이 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