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코인 시장이 경기 침체 우려와 뉴욕 증시 하락에 동반 약세를 보였다. 오전 들어 뉴욕 증시 선물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급락세는 소폭 만회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Fed의 금리 정책의 방향이 나오기 전까지 관망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7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0.5% 내린 개당 2만1225달러에 거래됐다. 1주일 전에 비하면 9.1% 떨어졌다. 앞서 비트코인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가 하락 출발하자 장중 한때 2만100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0.2% 오른 개당 1447달러에 거래됐다.
전반적인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코인 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미국 유통주와 빅테크가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며 큰 폭으로 밀렸다. 전날 월마트의 실적 전망치 하향 쇼크에 전통 유통주가 일제히 하락했고 아마존(-5.2%), 쇼피파이(-1.7%) 등 빅테크 유통주도 주가가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87%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나스닥 지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전 세계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은 장 마감 이후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밑도는 '어닝 미스'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낫다'는 반응이 우세하면서 미국 증시 선물 가격은 현재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번주 아마존 애플 메타 등 위험자산 심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빅테크의 실적 발표가 여전히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코인 시장도 관망세가 짙은 분위기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것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역시 대부분의 투자자에게는 위험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거시경제 침체 우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내놓은 '2022 세계 경제 전망'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2023년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이며 경기 침체를 피하기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전 세계가 조만간 글로벌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인 시장 악재도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EC는 코인베이스가 증권으로 등록했어야 하는 디지털 자산을 부적절하게 거래하도록 허용했다고 보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코인 시장의 향방은 Fed의 금리 결정과 향후 가이던스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Fed는 28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내놓는다. 시장에서는 Fed가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관건은 향후 금리 정책의 방향이다. 미국의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에 이어 또 하락하면서 시장에선 Fed가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암호화폐 트레이더 렉트 캐피탈은 "Fed 이벤트를 앞두고 비트코인은 상승 동력을 잃었다"며 "지금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할 때"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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