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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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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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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번호만으로 주식투자 가능
금융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릴레이 세미나'에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와 상장사 영문 공시의 단계별 의무화 등을 담은 자본시장 선진화 초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 교수진 등 참가자들이 자본시장 건전성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금융당국이 1992년 도입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사 영문 공시도 단계별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릴레이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선진화 초안을 발표했다.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 정합성을 떨어뜨리는 낡은 규제를 개혁하고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주요 선진국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의무화한 곳은 한국뿐"이라며 "정부는 등록제를 폐지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인 여권번호와 법인 LEI 번호(법인에 부여하는 표준 ID)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가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배당금 규모를 먼저 정한 뒤 배당받을 주주를 나중에 확정하는 방식으로 배당 제도를 바꿀 계획이다. 가격제한폭 제도로 공모주가 상장 당일 신속하게 균형 가격을 찾는 것을 늦추고 소수가 단기 차익을 독식한다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 상장일 가격변동폭을 확대한다. 금융위는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상장사 '영문 공시' 단계 의무화…MSCI 선진지수 편입 속도 낸다


금감원 등록 없이 外人 계좌 개설…실효성 떨어지는 통합계좌도 손질


올해 한국은 세계 최대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선진지수 편입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MSCI는 한국 증시의 △영문 정보 부족 △경직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배당락일 이후 배당금 결정 등을 이유로 들었다. MSCI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줄기차게 한국만의 낡은 자본시장 규제를 문제로 지적해왔다. 28일 금융위원회가 세미나를 열고 자본시장 국제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초안을 발표한 이유다.


○외국인 투자자 30년 만에 폐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국내 상장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감독원에 인적 사항을 등록하고 '투자등록번호'를 발급받는 제도다. 1992년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투자를 허용한 이후 30년간 유지돼 왔다. 외국인 투자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33개 종목의 외국인 취득 한도를 관리하는 데 활용했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이 성숙하면서 이 제도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주요 선진국 중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운영하는 곳이 없어서다. 글로벌 IB들은 투자 전략이 당국에 의해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며 반감을 나타냈다. 코스콤이 운영하는 외국인투자관리시스템(FIMS)을 통해 외국인의 증권 투자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등록제 무용론'에 힘을 더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외국인 투자 제도 개선을 논의해왔다. 당국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 여권번호와 법인 LEI 번호(법인에 부여하는 표준 ID)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금감원 등록 없이 증권사를 통해 계좌를 만들고 투자할 수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변중석 UBS 상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 개선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당국은 2016년 도입한 외국인 통합계좌(옴니버스 계좌) 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통합계좌는 외국인 증권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여러 펀드를 하나의 계좌로 묶어 주문·결제하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결제일(T+2일)에 투자 내역을 감독기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해 지금까지 개설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이날 정책 초안 발표를 맡은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투자 내역 보고 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증권사가 세부 내역을 보관하도록 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나 과세당국이 세부 내역이 필요한 경우 증권사를 통해 사후 확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불공정거래 감독에 지장 없어"


외국인 투자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무차입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 감독·적발에는 지장이 없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FIMS를 통해 외국인 투자 동향을 실시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송 본부장보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더라도 거래 기록은 모두 남는다"며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증권사에 자료를 요청해 사후 적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상장기업의 영문 공시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상장사 부담을 감안해 대상 법인과 공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MSCI가 지적한 사항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MSCI 선진지수 편입 추진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 경우 신규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가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 경우 550억달러가량의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서형교/이동훈/최세영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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