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던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이달 들어 회복세를 나타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 달부터 기준금리 인상폭을 줄일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 대비 아시아 10개국의 통화 가치를 수치화한 블룸버그JP모건아시아달러지수는 지난 1일 보다 2.8% 상승한 98.73으로 집계됐다. 2016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11월 한 달간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통화는 원화(약 7%)로 조사됐다. 태국 바트화(6.8%)가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 아시아 통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달러 가치가 급등한 영향이다. 블룸버그JP모건아시아달러지수는 올해 들어 8% 넘게 떨어졌다.
이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Fed가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되 금리 인상 속도는 줄일 것이란 신호를 내보내면서다. 고공행진하던 달러가 꺾이면서 상대적으로 아시아 통화 가치가 뛰어올랐다. Fed는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로 줄일 것으로 관측된다. 스웨덴 은행 SEB의 아시아 전략 책임자인 에우제니아 빅토리노는 "Fed가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시장에 분명히 전달했지만 달러 강세는 대부분 끝났다고 볼 수 있다"면서 "암울한 한 해를 보낸 아시아 통화는 일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의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따라 아시아 통화 가치가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서 번진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방역 규제 완화를 앞당길 경우 아시아 통화 가치가 오를 수 있지만, 봉쇄 조치가 오히려 강화된다면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한편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은 아시아 증시도 밀어올렸다. 3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증시를 토대로 한 MSCI아시아태평양지수는 이달 들어 14% 급등하며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에 기반을 둔 MSCI세계지수 상승률(6%)을 웃돌았다. 이 같은 격차는 1993년 이후 최대폭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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