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日銀총재 돈풀기 멈추나…엔화 가치 급등
2차대전 이후 첫 경제학자 출신
日제로금리 도입에 기여했지만
10년 '금융완화 정책' 검증 입장
달러당 엔화가치 130엔대로 뛰어
유력했던 아마미야 부총재 '고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첫 경제학자 출신 일본은행 총재가 탄생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우에다 가즈오 도쿄대 명예교수(사진)를 오는 4월 8일 임기가 끝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임명할 방침이다. 10년간 이어진 대규모 금융완화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면서 일본의 금융정책을 조금씩 정상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우에다 교수를 일본은행 총재로,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이사와 히미노 료조 전 금융청 장관을 부총재로 임명하는 인사안을 오는 14일 국회에 제출한다.
우에다 총재 내정자는 일본을 대표하는 금융정책 연구가다. 거시경제와 금융론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졌다. 도쿄대 이학부와 경제학부를 졸업했고, 도쿄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제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오랫동안 도쿄대 교수로 재직했지만 정책 경험도 풍부하다.
1985~1987년 대장성(현 재무성) 재정금융연구소 주임연구관으로 일했다. 1998~2005년 일본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책위원회의 심의위원으로 금융정책을 담당했다. 2008년에는 일본정책투자은행(한국의 산업은행)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우에다 교수가 일본은행 심의위원으로 재직한 시기는 버블(거품)경제 붕괴로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지기 시작한 때였다. 심의위원으로서 그는 제로금리와 양적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년 넘게 장기 완화 정책을 연구한 경제학자로서 현재는 10년째 이어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일본 정부는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 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와 그의 전임자였던 나카소 히로시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을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미야 부총재는 1979년 입행 이후 디플레이션 하의 금융정책과 대규모 금융완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반면 나카소 전 부총재는 금융완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책의 일부 수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아마미야를 선택하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할 것임을, 나카소로 결정하면 독자 노선 색채를 강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금융시장에 던지는 것'이라고 해석해왔다. 지난 6일 일본 정부가 아마미야 부총재에게 차기 총재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가 급등하고 엔화 가치가 급락하기도 했다.
기시다 내각은 아베 전 총리가 주도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과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인 자민당 최대 계파인 아베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기시다 총리의 색채를 입히면서 아베파도 배려한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우에다 교수가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장중 130.45엔으로 단숨에 0.5% 올랐다.
새 일본은행 총재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가는 동시에 금융완화 10년째를 맞아 나타나기 시작한 부작용을 해소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된다. 장기금리를 연 0.5% 이하로 묶어두는 장단기금리조작, 주식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시장에 유동성을 주입하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계속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성급하거나 과도하게 대처할 경우 장기금리 급등, 주가 폭락, 기업 도산 급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과제들이다.
지난 10년 동안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0%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경제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금융정책의 정상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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