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코인 도박' 30대 여성 운영자 압수수색
비트코인 1798개 환수 나섰지만
320개만 압수 … 은닉 가능성 커
되레 경찰이 빼돌렸다며 진술도
코인시장 살아나자 범죄 기승
암호화폐 범죄 4년 새 242% ↑
해외사설거래소 활용해 돈세탁
범죄수익 추적 갈수록 어려워져
검찰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A씨의 범죄수익금 환수 과정에서 사라진 1400억원대 비트코인을 찾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암호화폐 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범죄자들이 해외 사설거래소나 차명 계좌로 빼돌리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해 수사 당국이 압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檢,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 찾아라’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 공판부(부장검사 기노성)는 지난 21일 해외에서 부친과 비트코인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비트코인을 국내에서 현금화하려고 한 30대 여성 A씨의 자택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A씨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은닉한 범죄수익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A씨의 휴대폰 등 전자기기와 관련 서류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광주지검이 A씨의 다른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사라진 비트코인을 찾지 못하자, 공판부가 A씨를 상대로 또다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A씨는 2018년 4월부터 2021년 8월까지 태국에서 한국 이용자 등으로부터 비트코인 2만4613개를 입금받아 비트코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해당 사이트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하락 베팅 결과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2022년 광주경찰청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범죄수익금인 비트코인 1798개에 대해 압수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누군가 비트코인 1476개를 미리 빼돌려 320개만 압수했다.
앞서 A씨는 검찰에 그의 디지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경찰이 빼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 4월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검사 김진호)는 광주경찰청 정보화 장비 운영부서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지만, 경찰이 비트코인을 빼돌렸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A씨에게 무고 혐의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월 광주지법에서 도박공간 개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608억여원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선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15억20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비트코인이 사라지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대해선 추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A씨에 대한 재판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 같은 코인 환수
A씨 사례처럼 수사기관이 암호화폐를 압수하는 절차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범죄자들이 검찰과 경찰의 범죄수익 추적을 피해 해외 사설거래소에서 코인을 차명으로 현금화하는 등 자금세탁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A씨의 비트코인 320개를 압수한 광주지검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검찰청에서 가장 많은 액수(193억6000여만원)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13억8000만원대에 그쳤다. 국내 첫 암호화폐 전담 수사 조직인 가상자산합수단을 산하에 둔 서울남부지검이 압수한 암호화폐는 아직 없다.
암호화폐 관련 범죄는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289명이던 암호화폐 관련 범죄자는 지난해 988명으로 4년 새 241.8% 늘어났다.
법조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세가 높아질 때마다 관련 이슈를 활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수법이 주로 쓰인다”며 “최근 20~30대가 암호화폐를 이용해 은퇴한 중장년층을 노리는 범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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