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아시아 가상자산 허브' 경쟁…한국은 왜 뒤처지나
- 싱가포르는 선도적인 가상자산 규제를 구축하고 가상자산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고 밝혔다.
- UAE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전면 폐지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한국은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프레임워크가 일부 도입되었으나 여전히 업계는 혼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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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선도적 규제로 '가상자산 허브'로 평가
UAE, 가상자산 부가가치세 5% 전면 폐지
일본, 가상자산 규제 전면 재검토…세금인하 기대감
한국, 가상자산 과세 일단 유예했지만
2단계 입법은 '제자리 걸음'
"싱가포르는 선도적인 가상자산 규제를 구축하며 가상자산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부상하고 있으며, 일본은 나름대로 규제를 확립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글로벌 블록체인 컨퍼런스 '토큰2049' 참석 당시 업계 관계자와 아시아 가상자산 시장에서 대화를 나누다 들은 이야기다. 가상자산 규제 환경면에서 싱가포르가 가장 앞서가고 있으며 이를 UAE와 일본이 뒤쫓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폐쇄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아시아 가상자산 허브'를 꿰차기 위한 국가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앞서 언급한 주요 국가들이 가상자산 규제를 적극 손보고,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도입하고 있으나 한국은 가상자산 1단계법으로 불리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도입하면서 이제 가상자산 관련 규제에 첫 걸음을 떼기 시작한 단계다. 이에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앞서나가는 싱가포르에 리플도 '가상자산 허브'로 활용
지난 9월 18일~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토큰2049에서 피오나 머레이 리플 APAC 총괄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이수현 블루밍비트 기자
싱가포르는 명확한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와 낮은 법인세를 통해 해외 가상자산 기업들이 보다 쉽게 현지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싱가포르는 지난 2020년 1월 발표된 '지급서비스법(Payment Service Act)'을 통해 선진국 중 가장 빠르게 가상자산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켰다. 이후 지난 2022년 4월에는 '금융시장서비스법(Financial Services and Markets Act)'을 통해 가상자산 리테일 투자자를 보호하고,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가 라이선스를 의무 취득하도록 하는 규제를 마련했다.
물론 싱가포르가 현지에서 가상자산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기업에 별도로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싱가포르는 애초에 법인세율 자체가 17%로 2023년 OECD 평균 법인세율인 20.2%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가상자산 라이선스 취득을 신청한 기업에 한해 발급 기간동안 세금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가상자산 프로젝트 리플(XRP)은 싱가포르를 가상자산 허브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오나 머레이 리플 APAC 총괄은 토큰2049 무대에 올라 "싱가포르는 명확한 규제 우선순위와 프레임워크를 통해 외국 기업들이 라이선스를 받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라며 "리플은 전 세계적으로 빠른 결제 시스템을 지원하고자 싱가포르를 허브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UAE "가상자산 거래 세금 폐지"…일본 "가상자산 규제 전면 재검토"
아랍에미리트(UAE)는 최근 모든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VAT)를 전면 폐지하는 파격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기존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양도 및 변환에 대한 세금이 5% 적용됐으나, 이를 폐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15일부터 UAE에서는 가상자산의 양도 및 변환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개인과 기업이 모두 가상자산 시장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경우 최근 가상자산 규제에 대해 전면 검토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일본 금융청(FSA)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향후 몇 달 안에 '결제 서비스법'에 따라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현재의 접근 방식이 적절한지 평가할 것"이라며 "가상자산은 투자에 주로 사용되기에 적절한 투자자 보호를 제공하는지 검토할 것이며, 재검토에 따라 가상자산이 일본 '금융상품거래법'에 해당하는 금융 상품으로 재분류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뱅크의 애널리스트 하세가와 유야는 "규제 재검토로 가상자산이 금융 상품으로 분류되면 투자자 보호가 강화되고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이는 궁극적으로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세금이 현행 55%에서 20%로 인하되는 것을 촉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일본에서 거래소의 가상자산 ETF 출시 금지 조치가 폐지되고, 일본 내 가상자산 ETF 출시 기반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과세 유예됐지만…2단계법 입법은 '제자리'
물론 우리나라도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프레임워크가 일부 도입된 상태다. 가상자산 1단계법이라고 불리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지난 7월 시행되기 시작한 것. 이를 통해 가상자산의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이용자 보호,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 대한 법적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기본법'의 부재로 인해 여전히 업계는 혼란을 겪고 있다.
가상자산을 완전히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2단계법, 즉 '가상자산 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용자보호법은 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관리감독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가상자산 기업들이 본격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규제 조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논란이 되어온 가상자산 과세 시행도 기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한 차례 더 유예하자는 개정안이 나온 상태다. 과세가 유예되면 시간을 번 만큼 이를 제대로 된 준비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2027년까지 가상자산 과세가 유예되므로, 그동안 과세액 산정 방식, 과세 자료 제출 및 관리 감독을 위한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기본법 제정은 지난 5월 여당인 국민의 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가 공통으로 내놓은 총선 공약이었던 만큼 이번 22대 국회 출범 이후 빠른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10월 현재까지 국회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긍정적인 점은 이달 중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위원회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2단계법 입법과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등을 본격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가상자산위원회가 2단계법 추진에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가상자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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