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마디에 천국서 지옥으로…무서운 '암호화폐 대통령'

트럼프의 행보가 암호화폐 시장에 막대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그의 한 마디에 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그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일부 국가들은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암호화폐 열풍은 비트코인과 같은 기존 주요 암호화폐뿐 아니라 트럼프가 출시한 밈코인까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일가는 이 밈코인을 통해 실체가 없는 디지털 자산으로 단시간에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기존 주요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밈코인의 부상으로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영웅처럼 여겨졌던 트럼프가 앞으로 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트럼프 재등장에 요동치는 비트코인

트럼프의 '친(親) 가상화폐'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실망감은 코인 시장의 반복적인 등락을 초래했다. 유세 기간 트럼프는 가상자산 산업 활성화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약속했다. 특히 비트코인을 미 연방정부의 전략준비자산으로 보유할 것이란 약속이 주목을 받았다.

선거에서 승리한 후 트럼프는 요직에 암호화폐 옹호자들을 임명해 자신의 뜻을 분명히 했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루트닉을 상무부 장관으로 지명했고, 오랜 워싱턴 DC 베테랑이자 암호화폐 옹호자인 폴 앳킨스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수장으로 정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트럼프의 취임 전 비트코인은 10만9000달러대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업계 대표들로 구성된 비트코인 및 가상자산 자문위원회 설립, 미국 중앙은행디지털화폐(CDBC) 반대 등을 공약했다.

취임 후에는 암호화폐에 대한 행정명령이 없어 비트코인이 한때 급락하기도 했다. 트럼프 취임에 대한 기대감이 소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립토 댄 크립토퀀트 기고자는 "트럼프의 취임으로 인한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다가 그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 완화, 세금 감면 등 관련 정책이 실행될 경우 투자 심리가 다시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밈 코인, 코인시장 판도 바꾸나

트럼프가 밈 코인을 발행하면서 코인업계가 허를 찔렸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는 취임 직전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와 '오피셜 멜라니아 밈'을 연이어 출시했다. 밈 코인이란 실제 효용 없이 패러디 등에 기반해 만들어지는 투기적 성격의 가상화폐다.

코인업계에서는 2022년 대형 거래소 FTX가 파산한 이후 공을 들여 재건해왔던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트럼프 코인의 흥행으로 흔들릴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이자 민주당 지지자인 마크 큐번은 "사람들이 밈 코인을 가상화폐 산업의 기반이라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지지자로 알려진 라이언 셀키스 전 메사리 CEO는 "멜라니아 코인 출시를 조언한 참모를 해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코인 자체가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인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이 많은 부분 트럼프 일가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코인 공급량의 80%는 차남 에릭이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는 트럼프 그룹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밈 코인이 신규 투자자들이 유입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솔라나·리플 등의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SEC에 신청됐다. 금융업체 렉스파이낸셜과 오스프레이펀드는 SEC에 트럼프 코인을 기반으로 하는 ETF 승인을 요청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