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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좀비기업' 반드시 퇴출할 것…암호화폐 ETF 상장해야"

기사출처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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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좀비기업'의 퇴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한국은 세계 3위 암호화폐 실물 거래국임을 강조하며, 암호화폐 ETF 상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 현재 코스닥시장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어, 상장사에 대한 감독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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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기업, AI 분야서 성과 미미

반도체·배터리 경쟁력 의심받아

日처럼 '30년 박스권' 갇힐 수도

기업인 뛸 수 있는 환경 절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1년

출발 좋아…금융주 왜 뛰었겠나


만난 사람=조재길 증권부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올해 첫 인터뷰에서 강력한 좀비기업 퇴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솔 기자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올해 첫 인터뷰에서 강력한 좀비기업 퇴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솔 기자

한국 증시가 위기라고 한다. 등을 돌린 개인투자자가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하반기에만 15% 가까이 빠졌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논란, 계속되는 분할상장, 잊을 만하면 나오는 유상증자, 넘쳐나는 '좀비기업'에 지쳤다는 하소연도 외면하기 어렵다.

시장의 관리자이자 감시자인 한국거래소 역할이 막중한 이유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오는 15일 취임 1년을 맞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만나 증시 운영 계획을 들었다. 그는 "과거에 기업들은 우리 증시에 상장돼 있다는 걸 명예롭게 생각했다"며 "시장 관리와 감독을 대폭 강화해 명예를 되찾아주는 게 내 임무"라고 강조했다.

▷작년엔 국내 증시가 역대급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분명한 건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가 주가란 점입니다. 기업이 얼마나 벌어들일지에 대한 예상이 중요하다는 거죠. 사람들은 10~20년 후 삼성전자 수익성이 유지될지, 우리 배터리 기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업 경쟁력 약화가 근본 배경인 점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인정받은 게 '가장 빠른 추격자'(fastest follower) 전략이었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죠.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 성과가 제대로 안 나오는 걸 보세요. 이대로면 일본처럼 30년 이상 침체를 겪지 않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일본 기업들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많지만 닛케이지수만 보면 꽤 오르지 않았나요.

"지난 10년 정도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길게 보면 다릅니다. 1990년 초 3만8000을 넘은 닛케이지수는 2000년대 8000까지 떨어졌다가 작년에야 전고점을 회복했습니다. 35년간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죠.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같은 기간 2700에서 4만5000으로 15배 넘게 뛰었습니다. 산업 경쟁력의 차이가 그만큼 큽니다. 우리도 기업가정신으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일본 전철을 밟을 수 있어요. 코스피지수 전고점이 3300(2021년 6월)이었는데, 30년 후에나 이 숫자를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두려운 현실이죠."

▷주요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해보면 국내 증시가 유난히 낮은데요.

"사실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본질 가치가 유독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게 문제에요. 해외 비슷한 기업끼리 비교하면 70~80% 수준에 불과합니다. 주주친화 경영이 미흡한 수준이라는 데 큰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주주 간 이해 충돌이 생길 때 소액주주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면 좋겠어요. 경영 정보 역시 좀 더 투명해야겠죠. 거래소가 작년부터 중점 추진해온 밸류업 정책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는 게 목적입니다.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서죠."

▷일본을 벤치마킹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는데, 자평한다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작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꽤 늘었고 배당도 증가했지요. 밸류업 공시에 동참한 상장회사가 지금까지 108곳에 달합니다. 순수 내수 기업인 금융주 주가가 작년에 많이 뛴 걸 보세요. 금융산업의 본질적 가치가 올라 주가가 상승한 건 아닐 겁니다. 금융회사처럼 주주환원을 열심히 하면 기업 주가가 제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중복 상장(모기업과 자회사 동시 상장)이 많은데, 한계기업 퇴출은 늦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작년 취임하면서 '상장기업 수 축소'를 화두로 던졌습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우리의 15배인데 상장회사 수는 두 배에요. 한국 상장기업이 미국보다 일곱 배 많다는 뜻이죠. 한국에선 상장에 대한 환상과 오해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2의 기업 성장을 위한 통로가 상장인데, 많은 사람이 (구주 매출을 통한) 자금 회수(엑시트) 방법으로 여기고 있어요. 이런 기업들 물량을 개인이 받아주면서 피해가 생길 수 있지요. 최소한 중복 상장과 관련해선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기업 사이에서 물적분할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생긴 점도 다행이죠. 시장 신뢰를 좀먹는 한계기업은 빨리 털어내야 합니다. 지난달 퇴출 속도를 높이는 조치를 발표했는데, 앞으로 더 센 규정들을 마련할 겁니다."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원하는 기업이 적지 않을 정도로 코스닥시장 분위기는 더 좋지 않은데요.

"코스닥시장 출범 초기만 해도 여기 상장된 기업들은 명예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달라졌죠. 문제가 많은데도 상장 상태만 유지하는 좀비기업 때문입니다. 일부 엉터리 기업 때문에 코스닥시장 전체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는 불공정 거래도 짚어봐야 합니다. 공시가 나오기도 전에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불공정 거래는 원래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기업에 책임이 있다면 증시 퇴출도 할 수 있게 해야죠."

▷일각에선 다음달 재개되는 공매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오해가 많은 것 같습니다. 원래 무차입 공매도는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 나라에서 불법입니다. 공매도 주문을 낼 때는 차입이 돼 있어야 하죠.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무차입 공매도가 생기곤 했습니다. 공매도 전면 금지 기간에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막바지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3월 말 공매도가 재개되면 기존 우려는 다 불식될 겁니다. 해외 거래소도 우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할 정도예요. 일부 개인 사이에서 공매도 자체를 반대하기도 하는데 이건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특정 종목 주가가 과열됐다고 판단하면 차입해서라도 팔도록 해야 '가격 발견'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어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문제를 떠나서요."

▷금융당국에서 퇴직연금 운용 규제(위험자산 비중 70% 제한) 해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때 주식 등 위험자산 한도를 70%로 묶어두는 건 무리한 규제입니다. 국가가 과도한 후견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건 시대 흐름에 맞지 않습니다. 투자자 스스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확 풀어야 합니다. 미국엔 이런 운용 규제가 아예 없어요."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에 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한국은 세계 3위 암호화폐 실물 거래국입니다. 암호화폐야말로 금융산업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죠. 미국은 선·현물 ETF가 상장돼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더 늦지 않게 암호화폐 ETF 거래를 풀어줘야 합니다."

"상법 개정안 반대…자본시장법 개정해 상장사만 적용해야"

"정치권 현실 모르니 과잉입법"

여야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법 개정에 대해서도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 이사장은 "주주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상법보다 적용 대상이 명확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민국 법인이 100만 개에 달하는데 이 중 상장사는 2600여 곳뿐"이라며 "나머지 99만 개 이상 기업엔 소액주주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회사에서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 상법에 관련 조항(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을 추가하는 건 과도한 입법이란 얘기다.

정 이사장은 "기껏해야 가족 간 분쟁이 전부인 대다수 법인을 대상으로 이사 의무를 확대하면 대표적인 과잉 입법 사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계 또한 상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액주주 소송 남발과 이사회 위축에 따른 경영 왜곡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정 이사장은 "과거 세계적인 파생상품 시장을 갖췄었는데 (규제 등 때문에) 지금은 크게 위축됐다"면서 "요즘 기관들이 전부 현·선물 투자를 연계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파생 시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약력

△1961년 경북 청송

△서울 대일고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박사

△1984년 행정고시(28회)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

△2021년 금융감독원장

△2024년 한국거래소 이사장

정리=박한신/심성미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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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kyung@bloomingbit.io한국경제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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