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최근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450원을 돌파해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과 기업, 개인의 해외 투자 증가가 구조적 원화 약세 요인이라고 밝혔다.
-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 1480원 진입, 연말에는 15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원화 약세 요인만 가득"…1450원 뚫린 환율
1456.9원…7개월 만에 최고
작은 충격엔 급등, 하락 요인엔 무반응
"환율 1500원 갈 수도"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450원을 돌파했다. 미국의 고용 부진 우려로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5일째 이어지며 원화 약세 흐름을 부추겼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9원20전 오른 1456원9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날 대비 40전 높은 1448원10전으로 출발한 뒤 오름폭을 키웠다. 오전 한때 1458원50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 주간 종가 수준은 미·중 갈등이 격해진 지난 4월 9일(1484원10전) 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미국의 고용 컨설팅 기업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는 6일(현지시간) 미국 기업의 감원 인원이 지난달 15만3074명을 기록해 10월 기준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기 악화 우려가 나오면서 위험자산인 원화가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4791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코스피지수가 72.69포인트(1.81%) 하락한 3953.76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지난 3일부터 5일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를 쓸어 담던 외국인은 지난 3일부터 차익 실현에 나서 5일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AI 거품론 우려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져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약세 흐름을 되돌릴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다. 서학개미와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증가 등 구조적 원화 약세 요인이 계속되는 데다 연 200억달러 대미 투자에 따른 수급 부담이 겹쳐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148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대미 현금 투자를 연간 200억달러로 제한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외환보유액 복원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원화 가치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강달러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40원이 뚫려 시장의 기대가 원화 약세로 기울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148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美 민간 고용지표 악화에 급등…올해 서학개미 투자 4배 폭증
기업도 수출대금 달러로 보유…年200억달러 대미투자도 부담

원·달러 환율이 7일 10원 가까이 급등한 것은 미국 고용 악화 우려에 따른 위험 회피와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1450원을 훌쩍 넘는 원·달러 환율 수준은 이런 일시적 요인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과 개인의 해외 투자 증가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 전반적인 환율 수준을 높이면서 고환율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 주식 살 때도 환율 상승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30원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달 말 1428원80전이던 환율이 이날 1456원90전까지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가 연일 차익을 실현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이탈하자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은 미국 고용이 악화했다는 지표가 나오면서 환율 상승세를 부추겼다.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으로 정부 고용지표가 발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간 컨설팅 업체에서 미국 기업이 대규모 감원을 했다는 통계를 발표하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나타났다.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도 위험 회피 흐름을 강화했다.
고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낮출 것이란 예상이 나오자 달러화지수가 소폭 하락했지만 위험 자산인 원화의 약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환율 수준이 1450원 위로 올라선 것은 최근 몇 달간 외국인 투자자가 대규모로 국내 증시에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환율이 내려가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투자하면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수요가 늘어나 환율이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난달 환율은 코스피지수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달러당 1400원에서 1430원대로 오히려 오르는 흐름을 보였다.
◇구조적 원화 약세 지속
환율이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달러 유출이 계속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학개미와 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구하려는 수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내려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 규모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1조304억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말(1조1020억달러)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2023년 말(8051억달러)보다는 27.9%, 2020년(4872억달러)보다는 2.1배 증가했다. 관련 보고서를 쓴 이희은 한은 과장은 "순대외자산 증가는 자본의 해외 유출에 따른 국내 자본시장 투자 기반 약화, 달러 수요 증가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 등 부정적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역시 해외 투자가 늘면서 수출 대금을 환전하지 않고 달러로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은 만큼 수출 업체의 달러 매도 수요도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확정된 것도 외환시장엔 부담 요인이다. 외환당국은 해외에서 운용하는 자산의 배당과 이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보유액을 충당할 금액을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율 개입 여력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환율 더 오른다"…1500원 전망도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환율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말 환율이 150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당분간 이런 높은 환율 수준을 베이스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4분기 평균 환율 전망치를 기존 1390원에서 1420원으로 높였다. 단기 상단은 1480원으로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과 DS투자증권 등은 한국의 저성장 등 펀더멘털(기초체력) 요인과 해외 투자 증가 등을 이유로 내년에도 환율이 140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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