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산 원유 판매를 무제한 통제하고 수익금을 관리하겠다고 밝혀 시장에 추가 공급 부담이 커졌다고 전했다.
- 베네수엘라 원유의 미국 관리 소식에 따라 정유업체 주가가 혼조세를 보이고, WTI 선물 가격이 1.5% 하락했다고 밝혔다.
- 장기적으로는 1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부담이 있으나,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미국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경우 일부 투자자에게 업사이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오늘 베네수엘라산 원유 판매를 통제하고, 수익금을 미국이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이 오늘 골드만삭스 그룹 컨퍼런스에서 연설하면서 이렇게 공식적으로 말했는데요.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공급받는 기간은 '무제한' 이라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설명입니다.
이것이 다른 나라의 석유를 강탈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라이트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누구의 석유를 훔치는 게 아니다"면서 "베네수엘라 원유를 시장에 다시 팔고, 미국 재무부의 베네수엘라 명의 계좌에 예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美 정부가 베네수 원유 '무기한' 통제
또 해당 자금을 베네수엘라 국민과 미국 국민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구체적으로 베네수엘라와 미국이 어떻게 이것을 나눠 갖는다는 것인지에 대한 디테일이 자세히는 나오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원유를 판 대금으로 미국산 상품을 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궁극적으로 미국은 상품을 더 팔고, 베네수엘라는 제재를 받아서 수출길이 막혔던 원유를 팔 수 있게 되니까 윈-윈이라는 논리입니다.
이날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는 텔레그램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이 셰브런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 적용된 방식과 유사한 시스템에 따라 진행되고 있음을 알린다"며 "베네수엘라가 국내 석유에 대한 유일한 권리를 가진 국가라는 원칙을 지키며 상호 이익을 보장하는 게 주목표"라고 했습니다. 관련 협상이 "엄격히" 상업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원유를 미국이 관리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부텍사스유(WTI) 1개월 선물 가격은 1.5% 가량 하락해 배럴당 56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시장에 추가로 공급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되는데요.
정유업체들의 주가는 혼재된 양상입니다. 오늘 장이 열렸을 때는 상승세를 보였다가 오후 들어서 소폭 하락 마감했습니다.
셰브론은 0.87%, 엑손모빌은 2.05%, 코노코필립스는 3.02% 각각 하락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해 채권을 가지고 있는, 받을 돈이 있는 회사들입니다. 그런데 오늘 라이트 장관이 베네수엘라 원유 판매 대금을 바로 이 기업들에 대한 빚을 갚아주는 데 쓰지는 않겠다고 얘기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 "베네수 원유 투자, 10년간 100억달러 투입 필요"
에너지 회사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베네수엘라 원유 확보를 위해 다소 반강제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됩니다.
초기 투자비용이 관건인데요. 10년 동안 약 100억달러씩 해마다 들어갈 전망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중질유를 싼값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셰브론이나 엑손모빌 같은 경우에는 인근 가이아나 광구에서 대규모 해상유전 투자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산 원유 투자를 병행하는 데 따른 부담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셰브론의 경우 과거 워낙 오랫동안 베네수엘라 석유사업에 관여해 왔고, 차베스 정권에게 빼앗긴 해당 시설도 베네수엘라 내에 남아 있는 만큼 재건 사업에 참여할 1순위 회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 콘티넨탈리소스는 공개적으로 재건사업 참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사모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작년 말에 미국 내시트고(CITGO) 라고 하는 주유소 체인을 경매에서 낙찰받았습니다. 이 시트고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소유입니다. 90년대에는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하기도 했다가 이후 차베스 정권이 들어서면서 점차 점유율을 낮춰서 지금은 7위 정도 하는 업체인데, 59억달러에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인수했습니다. 작년 말에는 이 주유소 체인의 가치가 그리 높게 평가받지는 않았습니다만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본격적으로 미국에 들어와서 활용된다면, 엘리엇매니지먼트로서는 이 딜의 업사이드가 상당히 커지는 셈입니다.
◆루비오 "내주 덴마크와 그린란드 논의"
그린란드에 관해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덴마크 및 그린란드와 다음주 중 만나서 얘기를 하겠다고 오늘 기자들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그린란드 매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요.
백악관은 현재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병합하겠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지만, 대변인 명의의 성명이나 루비오 장관의 발언을 통해서 무력 사용을 언제나 옵션으로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루비오 장관의 오늘 발언은 이랬는데요. "대통령이 항상 군사적 수단을 옵션으로 가지고 있다면서 "그린란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 대해 그렇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럽은 반발하면서도 그동안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 온 것, 특히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것 때문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 프랑스 폴란드 세 나라의 외무장관이 모여서 "그린란드는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우리는 루이지애나를 사고팔 수 있던 시대를 지났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극 방어 문제는 나토에서 논의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유럽의 시장도 무거워진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영국 FTSE지수는 0.7% 하락했는데요. 그동안의 상승 랠리가 멈춰선 것입니다. 특히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주식과 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약세가 나타났습니다. 반면 방산주들은 베네수엘라 사태 등으로 세계 정정이 불안해진 영향에 따라 상승세를 띠었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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