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토르스텐 슬뢰크는 미국 경제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강하고 금리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해 원화 약세와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슬뢰크는 재정 확장, 인플레이션, AI 관련 성장 스토리에 대한 과도한 집중이 맞물릴 경우 주식·신용시장·자본 흐름 전반에 과도한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 슬뢰크는 AI 투자가 한국 반도체산업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AI 도입 속도와 지속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관련 리스크가 커졌다고 밝혔다.
월가에서 듣는다
(4) 토르스텐 슬뢰크 아폴로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Fed 매파·비둘기파 금리 이견
정치 압력에 정책 휘둘릴수도
주의해야 할 투자 위험 요인은
재정 확장·인플레·AI 집중 과도
韓 반도체 전망 긍정적이지만
AI 민감도 높아 리스크 우려도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뢰크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가 달러 대비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슬뢰크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슬뢰크는 '데일리 스파크' 리포트로 월가에서 주목받는 이코노미스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Fed)을 압박하는데.
"Fed가 신중론을 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시장이 Fed의 반응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3%에 근접해 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금융 여건은 이미 상당히 완화된 상태다. Fed가 실제로 (기준금리를)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이다."
▷Fed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을 높이고 물가 상승률은 둔화할 것으로 봤다.
"가능성은 있지만 매우 좁은 경로다. 현재 인플레이션의 약 3분의 2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 측면 요인이다. 재정의 경기 부양 효과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인공지능(AI) 투자가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성장 둔화 없이 인플레이션율이 빠르게 (Fed 목표치인) 2%로 내려오는 그림을 그리기는 쉽지 않다."
▷Fed 내에서 이견이 커졌다.
"Fed 내부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견이 확대될수록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발언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효과는 약해지고, 시장은 Fed 회의 때마다 더 큰 변동성을 가격에 반영한다."
▷이견에 따른 변동성이 위험하다는 건가.
"진짜 위험은 이견 자체가 아니라 정책이 (정치 압력 등에 휘둘려) 인플레이션의 기초 여건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미국 노동시장 둔화는 얼마나 심각한가.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국면은 아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역사적으로 적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실업률은 다소 상승했지만 과거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완전고용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관건은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이나 노동 대체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질지인데, 이는 아직 거시 지표에 뚜렷하게 반영되지 않았다."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차가 커지고 있다.
"(2년 만기) 단기 금리는 하락하고 (10년 만기) 장기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재정 확대,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기간 프리미엄,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과다. 현재 장·단기 금리 차는 성장 붕괴 신호라기보다 (미국) 정책의 신뢰도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AI 거품론은 어떻게 보나.
"AI 투자는 이제 거시경제의 핵심 동력이 됐고,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투자를 하는 기업)의 설비 투자는 현금흐름 대비 역사적으로 매우 많은 수준이다. 투자는 상당 부분 현금으로 집행돼 금융 안정에 미치는 단기적인 리스크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투자자의) 기대가 실제 이익 창출 규모보다 크다면 리스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경제 전반이 AI에 더 크게 노출돼 있으며 이는 판단이 틀렸을 때의 비용을 높인다."
▷올해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리스크는.
"핵심은 (각 요인의) 상호작용 효과다. 재정 정책은 여전히 확장적이고, 인플레이션율은 3% 부근에서 (잘 떨어지지 않고) 끈적하게 유지되고 있어 금리는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시장은 AI 관련 성장 스토리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이 내러티브(서사)에 변화가 생기면 주식, 신용시장, 자본 흐름 전반에 걸쳐 과도한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
▷원화 약세는 일시적 흐름인가.
"주로 글로벌 격차를 반영한 결과다.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더 강했고, 물가는 유럽보다 높으며, 금리는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요인이 달러를 지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성장률이 수렴하고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 환율 압력도 완화될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원화 대비) 달러 강세에 유리한 거시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AI는 한국 반도체에 호재로 인식된다.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 국면에서 벗어나 재정 부양과 AI 투자가 본격화하는 좀 더 우호적인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는 제조업 사이클을 재편하고 있다. 광범위한 산업 회복이 아니라 연산 능력,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자본 지출이 집중되는 구조다. 한국 반도체산업에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AI 도입 속도와 지속성에 대한 민감도도 그만큼 높아졌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