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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돈줄 끊고 中 견제…'트럼프판 오일로드'로 세계질서 흔든다

기사출처
한경닷컴 뉴스룸

간단 요약

  •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로부터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 약속을 받고 인도산 수입품 관세율 50%→18% 인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 베네수엘라 석유 통제권 확보와 인도·중남미·이란·쿠바를 겨냥한 에너지 공급망 재편으로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강화한다고 전했다.
  • 미국산·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 확대베네수엘라 석유 생산 투자를 통해 미국 기업에 상당한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이성규 연구위원이 해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석유전쟁

(1) 석유로 '쥐락펴락'…거세진 美 에너지 패권

트럼프의 '석유 전쟁'…中·러 정조준

러 원유 구매중단 대가로 인도 관세 50→18%

돈줄 끊어 러 경제 타격 주고 중국 견제 포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석유 시장에서의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의 석유 통제권을 확보한 데 이어 2일(현지시간) 인도로부터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인공지능(AI)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에너지 패권 전쟁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잠재적으로 베네수엘라에서 훨씬 더 많이 (원유를) 사기로 미국과 동의했다"며 "이는 매주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대신 인도산 수입품 관세율을 50%에서 18%로 인하하기로 했다. 미국은 그동안 인도에 상호관세 25% 외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로 25% 관세를 추가 부과해 왔다.

러시아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 산유국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아 판매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원유의 35~40%를 소화하는 인도가 이탈하며 러시아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이는 미국의 에너지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드릴, 베이비, 드릴'(더 많이 시추하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기 위한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뒤 미국 기업이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시설 재건에 참여하고, 생산된 석유의 통제권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가 쿠바에 석유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에너지 통제권을 무기로 서반구 장악력을 높인 것이다. 이란에도 원유 수출 등을 제한하는 동시에 공격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눈 것이다. 중국은 서방이 제재하는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다. 제재로 제값을 받기 어려운 에너지를 싸게 사서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 시장 재편을 통해 궁극적으로 경쟁자를 누르고 세계 정치·경제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네마리 토끼 잡은 美, 원유 연결고리 끊는 '치명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인도로부터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은 단순 무역합의가 아니다. 원유를 매개로 세계질서를 다시 짜는 효과가 있다. 러시아 돈줄을 끊는 동시에 인도와의 밀착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인도에 미국산 원유 수출을 늘리는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러시아·중국 동시에 압박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의대로 인도가 향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거나 크게 줄인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수적인 돈줄을 잃는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 때부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금융결제망(SWIFT)에서 러시아 금융사를 차단하는 등의 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했다.

하지만 2022년 돈바스 지역 침공 후 4년 가까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를 사주는 나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1, 2위가 중국과 인도다. 중국은 약 45~50%, 인도는 35~40%가량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원유를 팔아서, 중국은 러시아산이나 이란산 등 헐값에 나오는 원유를 사들임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런 경제적 이익은 다른 지역에 대한 군사·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자금으로 활용된다. 이 핵심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생각이다.

◇ 인도의 협력이 관건

미국의 대(對)러시아 전선에 인도가 동참한다면 미국은 에너지 생산과 소비로 엮여 있는 브릭스(BRICS)의 결속을 깨뜨릴 수 있다. 미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러시아, 중국과도 결코 멀어진 적이 없는 인도가 미국과의 거리를 크게 좁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미국 호주 일본과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협력체제 '쿼드'의 회원국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자유롭고 개방된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쿼드 체제는 사실상 대중 연합전선 성격을 띠고 있다. 인도가 미국과 세계 정치·경제 리더십을 두고 다투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핵심 카드인 이유다.

미국은 인도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25% 추가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에는 이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써 미국이 더 강하게 나가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인도가 미국에 보다 기울어진다면, 미국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인도와 함께 '공동전선'을 꾸려 중국에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인도는 언제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며 "러시아산 원유를 실제로 쓰지 않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 미국 경제에는 이익

트럼프 정부는 인도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에 잇달아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종용하고 있다. 생산량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구매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지만,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추가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질적으로 미국 기업이 미국 정부의 통제하에서 생산과 수출을 담당하게 된다면 상당한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대한 구매 약속이 있다면,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량을 현재 하루 100만 배럴 미만에서 과거 수준인 300만~400만 배럴 수준으로 늘리기 위한 투자를 결정하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성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도를 활용한 에너지 공급망 재편은 중남미 패권을 유지하고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 종식하려는 단기적 전략과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을 통한 미국 에너지 패권 강화라는 목표를 모두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대훈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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