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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금리 4%대에도 달러 약세…시장이 두려워하는 진짜 리스크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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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간단 요약

  • 미국 달러인덱스 약세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로 달러 자산 전반에 '셀 아메리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달러 변동성 확대, 헤지 비용 급등, 금 가격 고평가 국면이 겹치며 미국 자산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 이탈과 자금 조달시장 경색이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 달러 가치 급락 시 미 국채 투매, 미 금융 여건 급격한 긴축, 원·달러 환율의 '뉴노멀' 진입이 한국 등 소규모 개방 경제에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FotoField/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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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통 미국 국채의 금리가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달러 수요가 증가해 미국 달러 가치가 올라간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대 방향을 보인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례적인 '셀 아메리카'?

1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채권수익률은 전날 4.18%대를 기록했다. 다른 일부 선진국보다 높다. 독일 10년 몰(2.8%대), 일본 10년 몰(2.2%대) 등 2%대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안전자산으로 꼽히고 수익률도 높은 미국 채권 수요가 증가해 달러 가치가 오르게 마련이다. 통상 자본은 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달러는 강세를 보이기 쉽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96대를 기록하며 최근 4년 동안 최저치 부근을 맴돌았다. 일각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해 온 이른바 '금리차'라는 규칙이 깨졌다는 분석도 나온 이유다.

최근 모건스탠리와 바클레이즈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달러 가치는 미-독일 금리차와 성장률 격차를 대입한 이론적 적정 가치보다 약 4~5% 저평가된 상태다. 학계에선 미국의 국가 시스템에 부과된 이른바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 때문에 달러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보다는 '원금을 떼일 수도 있다'는 공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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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러가 '무위험 자산'에서 '정치적 위험 자산'으로 바뀐 이유는 복합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문제와 연계해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 관세 부과로 위협한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통 금융 위기 시에는 주가가 하락하면 안전자산인 국채와 달러가 상승한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미국 S&P 500 지수 2.06% 떨어졌고, 미 국채 10년물 가격도 하락했다. 이날 달러인덱스도 0.5% 하락했다. 주식, 채권, 달러에서 모두 '셀 아메리카'현상이 나타났다.

IG의 수석 시장 분석가 토니 시카모어는 "투자자들은 장기화한 불확실성, 동맹 관계의 긴장, 탈달러화 가속화에 대한 우려로 미국 자산 전체를 투매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독립성 침해 논란도 달러 가치를 타격했다는 분석이다. 미 법무부(DOJ)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롬 파월 Fed 의장을 청사 리모델링 비용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매파 성향으로 알려진 케빈 워시 전 Fed 이사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됐다.

최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워시 지명자가 대통령 뜻대로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기소될 수 있느냐"는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의 질문에 "그것은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답해 Fed의 독립성 논란이 커졌다. 이 발언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물 경제도 영향

달러가 흔들리자 실물 경제와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월 말 유로/달러의 1개월물 내재변동성은 10%까지 급등했다. 평소의 두 배 수준이다. 이는 옵션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한 달간 환율이 10% 이상 요동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UBS의 선임 트레이더 벤 피어슨은 "고객들의 달러 헤지 수요가 은행의 처리 용량을 테스트할 정도로 몰리고 있다"며 "헤지 비용 급등은 결국 미국 자산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갉아먹어 자금 이탈을 가속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의 대안인 금의 가격은 최근 변동성이 커졌다. 워시 지명 직후인 2월 초, 금 가격은 하루 만에 5% 이상 급락하며 온스당 5000달러 선을 위협받았다. 워시 지명자가 긴축을 선호할 것이라는 우려와 시장 패닉으로 인한 마진콜(증거금 부족) 물량이 겹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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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달러 불안이 지속되자 금은 다시 반등했다. 10일 기준 현물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5029달러대에 거래됐다. 2주 전인 1월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금속 시장에서 통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자금이 '빛의 속도'로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미국뿐" 의견도

달러의 지위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없다는 반박도 강하다. 이른바 '대안 부재론'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각에서 '셀 아메리카'를 우려하지만, 글로벌 자본이 갈 곳은 여전히 미국뿐"이라며 "현재의 달러 약세는 과도한 정치적 우려가 반영된 일시적 조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로존은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 인하 압박받고 있다. 일본은 대규모 부채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약 1조 달러의 미국 주식과 1조 5000억 달러의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급격한 매도는 일본 금융기관에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부 달러 비관론자들은 이번엔 다르다고 반박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달러를 진짜로 위협하는 것은 관세가 아니라 법치주의 훼손과 제도적 신뢰 상실"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Fed 독립성 무력화 시도는 달러 자산에 영구적인 '불확실성 세금'을 매기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달러 리스크 프리미엄이 거시경제에 미칠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질서한 약세'와 '강제적 긴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달러가 약세면 글로벌 유동성이 풀린다. 하지만 지금은 달러가 약세지만 자금 조달 시장은 오히려 경색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크로스커런시 베이시스'의 마이너스 폭 확대가 그 증거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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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 달러 가치는 떨어지는데, 달러를 빌리는 비용(프리미엄)은 오히려 비싸지는 현상이다. 시장이 달러의 가치 하락을 두려워하면서도, 결제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달러를 구해야 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미 국채를 투매하기 쉽다. BofA는 "월 5% 이상의 달러 급락은 질서 없는 하락으로 간주하며, 이는 미 국채 투매를 유발해 미국의 금융 여건을 급격히 긴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환율 변동성을 G7 의제로 올리지 않으면 경제 위기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달러 가치 변화는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 원·달러 환율은 이제 과거의 공식(1100~1200원)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영역인 '뉴노멀'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많은 전문가는 1400원대 환율을 위기가 아닌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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