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은 6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7월에도 0.75% 또는 0.50%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금융 시장 전반이 약세장에 접어들면서 한국 증시도 연일 신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가장 믿을 만한 가상 자산이라고 평가받는 비트코인은 투자 자산의 주류가 되면서 과거에 비해 기술 주식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금융 시장이 침체되면 가상 자산 시장도 침체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자산군(asset class)으로서 가상 자산의 성숙도를 반영한다. 관련 기관 참여자가 증가하고 새로운 유형의 금융 상품이 제공되며 규제 감독이 발전하고 있고 시장이 새로운 정보에 대해 보다 효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 자산과 전통 자산 사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투명성이다. 시장 침체는 전통적인 금융 시장과 가상 자산 시장 모두에서 레버리지 포지션(기업이나 개인 사업자가 차입금 등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전략)의 대량 청산을 불러 가격 하락을 악화시켰다. 이때 가상 자산 시장에선 암호화를 통해 실시간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활용해 시스템 리스크(개별 금융회사의 손실이 다른 금융회사의 손실로 전이돼 실물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를 분석하고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음 호황 시장을 위한 더 나은 규칙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가상 자산 가격 폭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트코인 시장이 태동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30달러에 다다른 2011년 마운트곡스(Mt. Gox) 시스템이 해킹돼 비트코인 가격이 2달러로 하락했고 2013년 이후 은행과 도소매 업체의 암호화폐 결제와 채굴을 중국이 금지한 이후에도 마운트곡스의 출금 문제로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의 인출로 또 다른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8년에는 암호화폐 공개(ICO) 시장이 과열됨에 따라 신뢰 하락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경험했다. 한국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자금 세탁 방지 등을 이유로 실명 확인 가상 계좌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가상 자산으로 신규 자금 유입이 사실상 차단됐고 ICO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암호화폐 규제도 강화됐다.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잠적하는 등 스캠(scam : 사기)이 기승을 부리면서 ICO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자연스럽게 과열된 분위기가 식으면서 암호화폐 가격은 하락 추세가 이어졌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때 비트코인 가격 하락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가상 자산 가격 급락이 기존 금융 시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가상 자산 시장 가격 폭락이 지금의 주식 시장보다 더 극심한 것일까.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디파이(DeFi)의 경쟁이 과도해지면서 일부 기업이 생태계 전반에 걸친 파급력을 줄 수 있는 더 위험한 투자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디파이는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정부나 기업 등 중앙 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디파이는 투자자에게 투명성을 제공해 건전한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만 있다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 서비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중개인이 없어 거래 비용도 절감할 수도 있다.
2018년 암호화폐 폭락 이후 디파이는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급격한 성장 이후 둔화 국면에서 디파이에 대한 투자 가치는 떨어졌지만 대출, 수익 창출 전문 서비스를 포함한 디파이 서비스의 수는 계속 증가했다.
과거에 비해 투자자는 적어졌고 더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게 됐다. 이 결과 사실상 중앙화된 엔티티(entity) 역할을 하는 대출 플랫폼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점점 더 높은 수익률을 약속해야 했다. 따라서 리스크가 높은 투자에 적극적으로 사용자 자금을 투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대출 프로토콜의 가장 큰 자금원은 2022년 1분기에 다른 대출과 수익 창출 서비스가 됐다. 이에 따라 자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을 때 그 영향은 디파이 생태계 전체에 걸쳐 퍼지게 된 것이다.
광범위한 약세 시장과 테라USD(UST) 붕괴를 포함한 다른 사건들을 고려할 때 서비스에 대한 순유입은 최근에 이동했다. 대부분의 디파이와 거래소 서비스는 사람들이 자금을 현금화하거나 대출을 갚거나 청산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막대한 가상 자산이 유입됐다.
체이널리시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7월까지 100만 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대형 기관들이 주로 이러한 자금 유입의 배후에 있고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상적인 활동과 일치한다.
성급하게 구축한 일부 프로젝트나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서비스는 실패하게 되며 이는 어떤 신기술이나 산업에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디파이 프로토콜의 개방적인 특성에 따라 시장은 종종 잘 알려진 투자자들이 어디에 투자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시장 참가자들은 이 투명성을 사용해 디파이 생태계를 움직이는 핵심 프로토콜의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투명성은 개방형 디파이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서로 자금을 빌려줌으로써 중앙화된 대기업들이 다양한 가상 자산의 가격에 투자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것은 다양한 중앙 집중화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 재정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잠재적인 점염 위험을 야기한다.
테라·루나 사건은 규제 당국과 업계가 가상 자산 시장의 탈중앙 및 중앙화된 부분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탈중앙 금융에 투자하는 중앙 집권적 참여자들은 특히 약세장에서 위험을 적절하게 계산하지 않았다면 과도한 레버리지를 받을 수 있다. 중앙화된 엔티티들이 투자한 탈중앙화 프로젝트들은 또한 코드 악용이나 해킹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중앙 집중화된 시장 참여자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으려면 전체 생태계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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