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大家의 투자 조언
"지금 시장을 떠나는 것은 실수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 투자자인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현재 주식 채권 등 투자 자산의 가격은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적정 수준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시장에 남아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6일 미국 뉴욕에서 연 '한경 글로벌마켓 콘퍼런스 NYC 2022'에서다.
막스 회장은 "지난해까지 시장을 지배하던 '과잉(excess)'은 사라졌고 특별히 과도하게 비싸거나 싼 자산은 보이지 않는다"며 "자산 가격이 평형(equilibrium)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에는 투자 자산을 너무 많이 산 것이 실수였다면, 지금은 시장을 떠나는 것이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스 회장은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으로 하이일드채권 금리가 8~9%로 올랐는데 이는 의미 있는 수준의 수익률"이라며 "지금은 채권시장에 적극 참여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어 "지난 40여 년간 투자자들이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건 저금리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금리인상기에 맞춰 전략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막스 회장은 1640억달러(약 230조원)를 운용하는 크레디트 전문 운용사 오크트리캐피털의 공동 창업자다.
지금은 시장 떠나는 게 실수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마켓 사이클' 전문가다. 현재의 마켓 사이클을 진단한 후 공격적으로 투자할 때인지, 방어할 때인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그는 지난 6일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경글로벌마켓콘퍼런스NYC 2022'에서 현재 시장을 '평형상태(equilibrium)'라고 진단했다.
"눈에 보이게 고평가되거나 저평가된 자산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공격도 방어도 아닌) 시장에 남아 있을 때"라고 조언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많은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고 있지만 이는 1년 반 전 FOMO(fear of missing out·혼자 소외되는 두려움) 때문에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인 것만큼 실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막스 회장은 이날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밀레니엄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정 글로벌 에쿼티 부대표와의 대담 형식으로 시장 상황을 진단하고 투자 원칙을 제시했다.
"시장에 남아 있으라"는 그의 조언은 시장역행(contrarian) 투자자인 막스 회장의 투자 철학을 담고 있다. 그는 "자산 가격이 오를 때 방어적으로 투자하고, 가격이 하락할 때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대부분 사람은 인간의 본성 때문에 반대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1년 반 전 많은 사람이 기술주와 암호화폐에 투자했는데 당시 시장에는 과도함이 있었고 방어적으로 투자해야 할 때였다"고 말했다. 막스 회장은 "지금은 과도함이 사라지고 대부분 자산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막스 회장은 투자에 있어서 열린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1978년 처음 자산운용업에 몸담았을 때 기관투자가의 95%는 투자부적격 등급인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나는 하이일드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군중심리'에서 벗어나 남들과 다르게 사고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또 "가치 투자와 성장주 투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스 회장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대표적인 가치투자자지만 그가 했던 투자 중 두 번째로 성공적인 투자는 애플이었다"며 "버핏도 열린 자세를 갖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막스 회장은 "1976년 메인주의 한 은행에서 받은 대출 전표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당시 이자가 22.25%였다"며 "2021년에는 2%면 돈을 빌릴 수 있었으니 40여 년간 금리가 2000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나 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40년 넘는 금리 하강기에 투자자들은 돈을 빌려 투자하고 더 낮은 금리로 차환해 수익률을 높여왔다"며 "이들은 시장이 좋아서 돈을 번 것이지 자신이 똑똑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막스 회장은 "금리상승기에 맞춰 투자 전략을 완전히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1980년대 나의 계모가 16% 금리의 1년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를 사놓고 기뻐하길래 연 10% 금리의 10년짜리 CD를 사는 게 낫지 않냐고 하자 '아니다'라고 하더라"며 "1년에 16%의 수익을 내는 것보다 10년 동안 연 10%의 수익을 내는 게 훨씬 좋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오크트리 공동창업 투자자에 보내는 '메모' 유명
1995년 부실채권 전문 운용사인 오크트리캐피털을 공동 창업해 세계 최대 규모 크레디트 운용사로 성장시켰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 투자자이자 오피니언 리더로 불린다. 막스 회장이 시장에 관한 시각을 담아 고객들에게 보내는 '메모(memo)'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이메일 수신 박스에서 가장 먼저 열어보는 레터로 언제나 배울 게 있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크트리캐피털은 2019년 캐나다의 브룩필드 자산운용이 지분 62%를 사들였다.
공동 창업자인 막스 회장과 브루스 카시 회장 등은 38%의 지분을 보유한 채 오크트리를 예전처럼 경영하고 있다. 막스 회장은 콘퍼런스에서 "10여 년 전부터 실무를 하지 않고 책과 글을 쓰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며 "내게 마지막 남은 역할은 너무 많은 리스크를 지지 않고 서로 도우면서 일하는 오크트리의 문화와 가치가 계속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창재/안상미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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