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오지 않을 황금기"…1월 블룸버그채권지수 역대 최고 상승
올해 초 기록적으로 반등했던 글로벌 채권시장 랠리가 무너지고 있다.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고용시장과 지속적인 물가상승세 등 각종 경제 지표가 미 중앙은행(Fed)의 연내 피봇(pivot·긴축에서 완화로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완전히 꺾어버린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채권 지수가 올 들어 1월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소강상태에 빠져들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요국 국채와 회사채를 추적하는 블룸버그채권지수는 지난달 4% 넘게 상승해 1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세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Fed가 곧 긴축을 종료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한 덕분이다. 시장에선 최근까지만해도 '5월 기준금리 동결론'이 우세했다. 향후 금리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은 현재의 채권 수요를 끌어올렸고 채권값이 급등하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1월 고용보고서에서 신규 일자리 수는 시장 전망치보다 3배 이상 많은 51만7000개 증가해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6.4%를 기록했다.
Fed가 예상보다 더 가파르고 더 오래 긴축을 지속할 것이란 우려는 급속도로 퍼졌다. 여기에다 지난 24일 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마저 시장 예상치(4.4%)를 상회해 전년 1월보다 4.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PCE는 Fed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핵심 지표로 참고한다. 긴축 기조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미 국채 금리는 급등(채권값 하락)했다. 지난주 미 국채 10년만기 금리는 연초대비 13bp(1bp=0.01%포인트) 이상 오른 3.96%까지 치솟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만기 금리도 10bp 오른 4.78%까지 뛰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브랜디와인 글로벌 투자운용의 존 맥클레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란 전망, 최종 금리가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 등이 결국 고위험 신용 부문의 스트레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은 신용도가 낮은 채권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 미 국채 금리와 정크 등급 회사채 수익률 간 격차는 1월 중순 3.94%포인트에서 4.3%포인트로 확대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1월에는 정크 등급 회사채 펀드에 전 세계적으로 39억달러가 순유입됐지만, 2월 들어서는 70억달러가 유출됐다. Fed의 금리인상 장기화와 경기 침체 우려가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탓이다.
영국 런던 경영대학원의 마이크 스탠튼 박사 등은 "글로벌 채권 시장은 지난해 이미 40년 만에 골든에어지(호황기)의 종말을 맞이했다"며 "채권의 호황기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이 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