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열풍을 일으키며 대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떠오른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가 환경오염 이슈에 휩싸였다.
일부 이용자들이 '향후 게임 내 가상통화로 앱 내 NFT를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본디의 약관을 문제 삼은 것. "본디가 환경을 파괴하는 NFT를 발행한다"라며 '본디 이용 금지'를 최초로 언급한 트윗은 조회수 250만회를 돌파했으며, 여기에 동조하는 선언이 트위터 상에서 줄지어 이어졌다.
NFT의 환경오염 논란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멸종위기 동물 지원을 위한 세계자연기금(World Wildlife Fund, WWF)이 내놓기로 한 NFT 'Tokens for Nature'는 환경 운동가들의 맹렬한 비판 속에 조용히 막을 내렸다.
세계적인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도 지난 2021년 11월 기획사인 하이브가 BTS의 IP를 이용한 NFT를 발행하겠다고 하자 "탄소 발자국을 남기며 해를 끼치는 NFT를 발행한다면 불매 운동에 나설 것"이라는 BTS의 팬덤 '아미(ARMY)'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처럼 NFT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문제의식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 글로벌 사회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다.
NFT를 발행하고 거래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는데 대부분의 블록체인이 작업증명(Proof of Work, PoW) 메커니즘을 통한 채굴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규모의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을 동반한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전략 분석 기업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는 PoW 방식을 이용하는 이더리움이 단일 트랜잭션으로 배출하는 탄소 발자국은 33.4kg일 것으로 추정했고, 프로그래머 메모 악텐(Memo Akten)은 PoW 기반 NFT가 거래될 때마다 약 48k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추정치를 따져볼 때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NFT가 탄소 배출량을 가속화한다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여지나, 이를 정확히 계산하는 방법 및 연구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 트랜잭션 당 탄소 배출량을 '추측'한 것에 그친다는 것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블록체인 기술 센터 연구원인 후안 이바녜즈(Juan Ibanez)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트랜잭션 한 번에 쓰이는 전력량이 중형 주택이 3개월간 쓰는 전력량과 동일하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단순 유추에 불과하다"며 "블록체인이 채굴하는 것은 트랜잭션이 아닌 블록으로, 블록이 가득 차지 않는 한 그 안에서 수많은 트랜잭션이 일어나더라도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은 증가하지 않고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NFT가 과다한 탄소를 배출한다는 주장은 PoW 체제의 이더리움 기반 NFT에 한정된다는 점도 논란을 더한다. 그동안 발표된 NFT의 탄소 발자국 관련 자료들 대부분은 이더리움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9월 이더리움은 PoW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 PoS)으로 채굴방식을 전환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99.99% 가량 감소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탄소 배출량 연구 단체 '크립토 탄소 연구소(CCCRI)'는 "이더리움이 PoS로 전환하면서 탄소 배출량이 기존 대비 99.992%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이더리움 재단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더리움이 PoS로 전환한 뒤 사용하는 연간 에너지양은 0.0026테라와트시(TWh)다. 이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각각 1년에 사용하는 에너지양으로 유추되고 있는 244TWh, 94TWh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PoW 기준으로도 이더리움은 유튜브의 3분의 1 수준인 78TWh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NFT가 이더리움 기반으로만 발행되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자료도 아직도 없는 상태에서 추정치를 가지고 환경 파괴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한다"라며 "NFT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