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 코인이 거래에서 방대한 규모로 사용되면서 외환시장과 정부의 관리에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전했다.
- 한국경제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스테이블 코인을 기반으로 한 무역 거래가 최근 크게 늘어 정부의 외환 및 거시경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밝혔다.
- 비용 절감과 빠른 결제 시스템을 가진 스테이블 코인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속해 있어, 한국의 자본 유출입과 수출입 지표에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했다.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1) 새롭게 등장한 '외환 복병'
외환시장 복병 된 '달러 연동' 코인
국내 상장한 테더·다이 등
올해 거래량 43조원 넘어
무역거래도 사용되지만
정부 관리는 '사각지대'
달러 가치와 1 대 1로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의 국내 거래량이 올해 들어 320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처럼 쓰이는 암호화폐지만,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어 보이지 않는 외환관리 리스크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많다. 스테이블 코인을 기반으로 한 무역 거래가 늘면서 국제수지, 외환보유액 등 거시경제 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경제신문이 코빗리서치센터에 의뢰해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한 테더, 유에스디코인, 다이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 거래량(1~9월)을 집계한 결과, 총 43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달러로 환산하면 32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하루 평균 거래량만 1580억원(약 1억2000만달러)어치에 달했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 거래가 급증해 정부의 잠재적인 외환관리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예컨대 추석 연휴(9월 14~18일) 직전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329원60전에 마감했다. 테더 가격은 연휴 기간인 지난달 16일에도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1351원까지 올랐다. 서울외환시장이 문을 닫는 동안 원화 가치가 1.6% 떨어졌다는 얘기다.
정부 일각에서는 한국 무역 거래의 10%가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뤄진다는 추정도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은 무역 통계에 잡히지 않아 국가 정책을 운용하는 데 구멍이 생길 수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韓무역 10% 스테이블 코인으로 거래"…통계 안잡혀 지표 왜곡 불러
까다로운 외환 규제 없어 매력…무역거래 일일이 신고 안해도 돼
무역업에 종사하는 A씨는 최근 거래대금 100만달러를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USDT)로 받았다. 계약서에는 결제 대금 입금을 위한 계좌번호 대신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적었다. 무역대금 결제를 위해 인보이스 등의 서류를 은행에 별도로 제출할 필요도 없었다. 하루 이상 걸리던 대금 입금 역시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스테이블 코인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법인 계좌가 허용된 건 아니지만, 소규모 무역 거래를 하는 기업인 및 개인사업자는 개인 명의로 스테이블 코인으로 거래하는 게 비용이나 절차상 유리한 게 사실”이라며 “외화 매출은 영세율이 적용(부가가치세 면세)되기 때문에 매출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비용 낮고 거래 빨라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이 무역 거래에서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는 것은 기존 달러를 통한 무역 결제 방식이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간 무역 거래를 체결하면 수입업체는 현지 통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수출업체는 달러를 현지 통화로 환전한다. 이때 환전 수수료가 발생한다. 은행·중개업체 등에도 마진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달러를 사고팔 때 가격 차이(비드 오퍼 스프레드)가 큰 이유다.
송금 절차 역시 까다롭다. 수입업체의 은행은 국제 송금 네트워크(SWIFT)를 통해 수출업체 은행으로 달러를 송금하기 때문에 기업은 SWIFT 서비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 송금이 완료될 때까지 2~5영업일이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적으로 결제가 이뤄져 수수료가 매우 낮다”며 “수출업체와 수입업체 간 실시간 결제가 가능해 환율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외환 거래 까다로운 韓
국내 외국환거래법이 외환 거래를 매우 까다롭게 통제하면서 무역 거래에서 스테이블 코인 거래의 이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외국환거래법상 상계 처리는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신고하게 돼 있다(제16조). 상계 처리는 두 개 이상의 거래가 있을 때 각 거래에서 발생한 금액을 서로 상쇄하는 회계 처리 방법이다.
A사가 B사로부터 10만달러의 물품을 구입하고, B사가 A사에 7만달러의 서비스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서로 주고받아야 할 금액을 차감하면 A사가 B사에 3만달러만 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달러 등으로 이런 거래를 할 때 일일이 기재부에 신고해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달러 거래 시 복잡한 행정 절차를 담당하는 인력 등이 부족한 소규모 무역 기업에는 스테이블 코인 거래가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무역 거래의 10%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자본 유출입 빨라질 수도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한국의 거시경제 정책상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외환 관리와 수출 지표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스테이블 코인 거래가 활발해지면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외 자본 유출입이 빨라질 수 있다. 또 스테이블 코인을 통한 무역 거래가 늘어나면 한국은행은 수출입 흐름을 정확하게 추적하기가 어려워진다. 국제수지와 같은 통계 등에 왜곡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최악의 경우 경제 위기가 터지면 투자자들이 원화 자산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빠르게 전환해 국외로 송금할 수도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에 심각한 부담이 되는 건 물론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해 말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국가 간 자본 이동의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 주권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스테이블 코인
Stable coin.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적인 암호화폐와 달리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설계된 암호화폐.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나 금 같은 자산에 가치를 연동한다.
조미현/서형교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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