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은 껐지만"…캐나다·멕시코 관세 유예에도 '위협 여전'

트럼프의 승리 선언 전까지는 

캐나다·멕시코 관세 유예에도 안심 못해

4일 부과하기로 했던 25% 관세 한달 유예

캐나다와 멕시코, 불법이민과 마약 단속 강화 약속

트럼프 기준에 못미치면 관세 위협 다시 나올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한 달간 유예되긴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를 고려했을 때 이 유예 기간 내에 확실한 승리를 선언할 수있는 양보를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얻어내지 못하면 언제든지 관세 카드를 꺼내들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오전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멕시코가 멕시코-미국 국경에 1만명의 군병력을 즉시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멕시코에 4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던 25% 전면 관세를 한 달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통화 사실도 알리면서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도 한 달 유예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또한 미국-캐나다 국경 강화에 13억 달러를 투입하고 인력 1만명을 배치키로 했다. 마약류인 펜타닐 문제를 전담하는 '차르'를 임명하고, 마약 카르텔을 테러단체로 지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의 최우선 목표가 결국 재정적자 혹은 일자리 문제보다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 해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멕시코나 캐나다가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에 대해 해결할 의지를 보일 경우 관세 부과는 언제든지 철회되거나 규모와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는 뜻이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여론도 이번 유예 결정의 또 다른 이유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해 NBC, 블룸버그 등 주요 언론에서 관세가 겨우 진정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내 아보카도 방울토마토 등 농산물 상당수가 멕시코 수입품이다. 또한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석유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갤런당 최소 10센트가 오를 수 있다고 전망된다.

다만 한 달 유예 기간 내에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타협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관세 전쟁은 다시 악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에 대한 위협을 가하고 이를 통해 협상 우위를 선점하는 순서로 정치·외교 거래를 해왔다. 이 과정을 거치는 궁극적인 목적은 승리 선언을 위한 것인데 이같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협상을 되돌릴 준비가 돼 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주 콜롬비아가 미국 내 불법 이민자를 태운 미국 군용기 착륙을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콜롬비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발표가 나온 지 9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콜롬비아와의 합의가 이루어지자 곧바로 관세 부과를 철회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