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 김정은은 비핵화 요구 폐지를 대화 조건으로 내세운 만큼 실제 미·북 대화 성사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입장이 미국 측에 정치적 부담을 주는 동시에 국제적 긴장 및 투자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고인민회의서 미북회담 언급
"비핵화 포기땐 못 만날 이유없어"
트럼프 방한 계기로 만날 가능성
韓엔 "상대 안 해…통일 왜 하나"
대통령실 "긴 안목으로 적대 해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과의 협상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말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방한할 예정인 만큼 '깜짝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김정은은 대화 조건으로 비핵화 요구 폐지를 내걸어 미·북 대화 재개가 예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연설을 통해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하는 데 기초해 우리(북한)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최고인민회의는 한국의 정기국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구다.
김정은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규정하는 한편 정전 상태인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김정은과의 만남을 지속해서 희망해 왔다. 지난달 2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올해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핵 보유 정당성을 재차 강조하며 미·북 대화 조건으로 비핵화 요구 중단을 내세웠다. 김정은은 "우리에게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핵 보유는 국법이며, 이를 수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했다. 최근 북·중·러 '3각 연대'를 공고히 한 김정은이 국제사회에 핵 보유 외교 노선을 명확히 천명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다음달 열리는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정은은 이 행사에서도 북한의 핵 보유 정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이 핵 보유 정당성을 부각하면서 미국의 속내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등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규정하지만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 등 일부 인사는 북한 비핵화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원장은 "김정은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만나자고 하면 만나겠다고 강하게 신호를 발신한 것"이라면서도 "미국 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견이 대립 중인 만큼 이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넘긴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한국을 향해서도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헌법 개정을 통해 두 국가론을 확정했는지 북한이 스스로 확인한 바 없다"며 "이번 연설에서도 결정된 건 없다는 분위기가 읽혔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긴 안목으로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통해 남북 간 적대를 해소하고 평화적 관계로의 발전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배성수/이현일 기자 baebae@hankyung.com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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