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월가의 유력 투자은행 제프리스와 JP모간체이스가 사모신용 부실로 인해 대규모 신용 리스크에 노출됐다고 전했다.
- 사모신용 시장의 투명성 부족과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부실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 퍼스트브랜즈 파산을 비롯한 연쇄 부실 사례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 내 사모신용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 덮친 '제2 SVB 공포'…사모신용 부실 우려 커진다
제프리스, 자금 대준 車부품사
파산으로 손실…주가 25% 폭락

월가의 유력 투자은행 제프리스 주가가 이달 들어서만 25%가량 폭락하며 미국에서 사모신용 시장의 부실 우려가 커졌다. 제프리스가 사모신용으로 자금을 대준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브랜즈가 최근 파산한 여파로, 월가에서는 과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비슷한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제프리스 주가는 16일(현지시간) 10% 이상 급락했다. 10월에만 25% 이상 내려갔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이후 월간 기준 최대 낙폭이다. 제프리스가 자회사 포인트보니타캐피털을 통해 퍼스트브랜즈의 매출 채권 7억1500만달러를 담보로 돈을 빌려줬는데 퍼스트브랜즈가 파산해 자산 상당 부분이 부실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사모신용은 비은행 금융회사가 비공개 계약으로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거나 자금을 조달해주는 것이다. 은행 대출과 달리 투명성이 떨어지는데 시장에서는 퍼스트브랜즈 파산으로 사모신용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JP모간체이스도 사모신용 리스크에 노출됐다. JP모간은 중고차 판매와 자동차 할부금융을 하는 트라이컬러에 자산담보부채권 인수 등을 통해 자금을 공급했다. 트라이컬러는 10월 초 파산을 신청했다. JP모간은 이 여파로 최소 1억7000만달러의 대손상각이 생겼다.
지역은행의 신용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 지역은행 자이온스뱅코퍼레이션은 "몇몇 차입자에 대한 대출 부실로 큰 손실을 보게 됐다"고 발표했다. 웨스턴얼라이언스도 "한 대출자가 사기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두 은행 주가는 이날 10% 이상 내려앉았다.
사모신용 '깜깜이 대출'이 부실 뇌관…"제프리스는 빙산의 일각"
담보 불확실해도 빌려준다…지역은행도 신용 불안 커져
사모신용 시장은 초저금리와 넘치는 유동성, 규제 사각지대를 배경으로 급격히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에 이어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차입 기업 입장에선 이자가 폭증한 데다 최근 경제 불확실성, 관세 등의 영향으로 수익 부담도 커졌다. 이 여파로 사모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 가운데 부실 비중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월가에서 확산 중이다.
◇ 퍼스트브랜즈와 깊이 얽혀
클리블랜드에 본사를 둔 퍼스트브랜즈는 약 5년 전 크라운그룹에서 사명을 변경한 뒤 부채를 동원해 여러 자동차부품 제조사를 잇달아 인수해 왔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지나달 말 결국 붕괴했다. 파산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퍼스트브랜즈는 100억~500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었으며 자산은 100억달러 미만에 불과했다. 막대한 부채 규모는 월가에 충격을 줬고, 퍼스트브랜즈의 인수 자금을 댄 대출기관 사이에선 불안이 번졌다.
특히 제프리스는 퍼스트브랜즈의 파산 신청으로 막대한 잠재적 손실에 직면했다. 제프리스는 퍼스트브랜즈의 단순 채권자가 아니라 사업의 핵심 현금 흐름에 깊숙이 관여한 금융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제프리스는 자회사 포인트보니타캐피털을 통해 퍼스트브랜즈가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 물건을 납품하고 받아야 할 외상대금(매출채권)을 미리 사주는 '팩토링' 사업을 운영하며 현금 흐름 해결사 역할을 했다. 포인트보니타는 퍼스트브랜즈와 체결한 팩토링 계약에서 7억1500만달러 규모의 매출채권을 인수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부실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 사모신용 부실이 근본 원인
사모신용은 은행에 비해 대출금리가 다소 높지만 더 빠르고 유연하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어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은행은 엄격한 규제 아래 대출을 심사하지만, 사모신용 시장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투명성이 낮다. 페이브파이낸스의 피터 코리는 "사모신용 시장은 워낙 불투명하기 때문에 정확한 문제가 있는지조차 모른 채 거대한 공포의 물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 사모신용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달러에서 2024년 초 약 1조5000억달러로 확대됐으며, 2029년까지 2조6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신용 리스크 확산
JP모간체이스도 사모신용 부실로 대규모 대손상각 처리를 해야 했다. JP모간은 자회사를 통해 퍼스트브랜즈와 비슷한 시기에 파산한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업체 트라이컬러홀딩스에 대규모 사모신용을 내줬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트라이컬러 사례를 언급하며 "바퀴벌레를 한 마리 봤다면, 아마 그 근처에 더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업계 전반에 숨겨진 신용 리스크가 더 존재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신호"라고 했다.
월가에서는 다른 지역은행도 신용 리스크를 겪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지역은행 자이언스뱅코퍼레이션은 자회사 캘리포니아뱅크앤드트러스트가 취급한 상업·산업 대출 5000만달러(약 680억원) 규모를 손실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역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는 사모펀드 캔터그룹에 대한 선순위 담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은행 모두 퍼스트브랜즈에 대한 익스포저(대출 노출 규모)를 보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임다연 기자
▶사모신용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 금융사가 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것. 직접 대출뿐 아니라 매출 채권 유동화 등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 최근 수년간 급팽창하며 전통적인 은행 대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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