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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는 대로 말 바꾸는 트럼프…"협상 왜 한 거야" EU는 분노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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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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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요약

  •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문제를 이유로 유럽 8개국 수출품에 10% 관세, 이어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고 밝혔다.
  • 트럼프 정부와 EU가 체결한 6000억달러 투자관세율 15% 인하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 한 마디로 무력화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 반도체 관세를 포함해 기존 합의를 두고도 트럼프 정부가 필요에 따라 재협상을 거론하면서 EU의 무역협정 승인 보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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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갖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그린란드에 군대를 보낸 유럽 8개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완전히 갖게 될 때까지 관세를 계속 매길 것이라고 위협했다. 협상용 전술일 수 있는 만큼 실제 관세 부과 여부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기존 유럽연합(EU)과 관세 협상을 한 내용이 순식간에 무의미해지면서 트럼프 정부와 맺은 협상의 효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 "미국에 돌려줘야"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SNS에 올린 글에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가 목적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린란드로 향했다"면서 "이는 지구의 안전과 안보, 생존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해" 내달 1일부터 8개 국가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6월1일부터는 관세를 25%로 인상할 것이며 이는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매입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부과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글에서 "세계 평화가 위태롭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원하고 있고, 덴마크는 이에 대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치하의 미국만이 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고 매우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선 미국이 이 땅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은 1951년 이후 이 지역에 5개 기지를 두고 거의 모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주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 돔'을 위해선 이 땅을 소유해야 한다고 했다. "각도와 경계 문제로 인해 최대의 잠재력과 효율성을 발휘하려면 이 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미국에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우리는 여러 해 동안 관세나 다른 어떤 형태의 대가를 부과하지 않음으로써 덴마크와 EU의 모든 회원국, 기타 국가들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다"며 "수 세기가 지난 지금, 이제 덴마크가 돌려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이 "즉각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해서 이것이 협상을 위한 강경 발언임을 암시했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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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협상 무효화 위기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10%가 기존 상호관세 10%에 추가로 10%를 부과하는 것인지, 기존 협정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것이 없다. 만약 관세를 일시적으로 부과하고자 한다 해도 방법도 마땅치 않다. 영국은 별도의 관세 협정(관세율 10%)을 체결했지만, EU(15%)는 단일 시장으로서 상품이 자유로이 오간다. 이 중에서 7개국 상품만을 골라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까다롭고, 실효성도 떨어진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정부와 체결한 그 어떤 협상 내용도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난망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EU가 미국에 6000억달러 규모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EU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협상을 완료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전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트럼프 정부는 기존 약속을 지키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재협상을 거론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당초 이달 26∼27일 미국과 무역협정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으나 그린란드 갈등이 불거지면서 승인을 보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중이다.

트럼프 정부는 동맹에게도 힘의 논리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통치한) 500년간 존재해 온 영토 통제에 관한 모든 법적인 이해에 비춰 볼 때 덴마크는 그린란드 영토를 통제할 수 없다"면서 "알래스카보다 25% 더 큰 땅을 100% 미국 돈으로 방어해 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미국 납세자들에게 불공정한 거래"라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이 이 문제에서 미국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NATO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관세 위협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며 반발했다. 그린란드와 덴마크 일대에서는 주말 동안 미국의 행위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반미 감정이 고조되면서 '양키 고 홈' 같은 슬로건도 등장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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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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