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여전히 저평가 매력…상승여력 충분"
올해 엘앤에프와 테슬라와의 협력 관계가 본격화될 것이란 증권가 예상이 실현된 가운데, 엘앤에프의 향후 주가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재료가 시장에 상당부분 선반영됐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줄줄이 장밋빛 전망을 보태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지난달 28일 전장보다 2만1500원(8.94%) 뛴 26만20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이날 엘앤에프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3조8347억원 규모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하면서, 주가에 불이 붙은 것이다. 회사는 이날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치고 처음으로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엘엔에프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최근 들어 테슬라는 전기차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도 자체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계약은 전문 기업들로부터 기존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받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테슬라의 계획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계약 금액은 엘앤에프의 작년 매출액 3조8838억원에 육박한다. 제품은 내년 초부터 2025년 말까지 2년간 공급하기로 했다.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은 테슬라 모델Y 기준 총 55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테슬라는 연간 70만대가량에 내재화된 배터리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엘앤에프는 테슬라향 공급을 확정지으면서 고객사 다변화 시도를 증명해 냈다"고 설명했다.
납품 공시가 매수심리를 자극했는지 주말 사이 엘앤에프 종목토론방에는 '지금 사도 되냐'는 질문이 줄을 이었다. 투자자들은 '아침에 바로 들어가도 될까요', '팔지 말걸', '아직 주가 점프는 시작도 안 했다, 더 갈 것이라고 보고 전재산 넣었다', '더 사고 싶은데 총알이 부족해서 못산다' 등 의견을 올렸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대형 호재인 줄 알았는데 계약 공시 이후 8%대 상승이라니 당황스럽다', '주가에 이미 선반영된 건가' 등 우려의 반응도 보였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향후 주가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지다. 이미 엘앤에프는 테슬라 급등세를 타고 올 들어 40%가량 뛴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공급계약 공시가 뜨면서 주가 상승률은 현재 51%까지 치솟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계약을 재료 소멸로 볼 것이 아니라 호재가 본격화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이들은 엘앤에프가 테슬라의 주요 양극재 공급사로 선택됐단 점, 나아가 직납 물량이 큰 폭 확대될 수 있단 점에 주목했다.
정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2차전지 업종의 전반적인 주가 강세에도 엘앤에프는 동종업체 대비 현저히 저평가된 상황인데, 테슬라 직납이 이런 상황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테슬라는 네바다 공장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1000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 생산능력 확보를 계획 중"이라며 "회사의 테슬라 직납 물량은 추후 더 가파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도 회사가 저평가를 해소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짚었다. 구 연구원은 "이번 직납으로 엘앤에프는 완성차에 직접적으로 공급하면서 고객사의 공급다변화 위험을 완화했다고 본다"며 "일부 완성차들의 배터리 내재화 가능성에 따라 추가 고객사를 확보할 여력이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목표주가를 기존 38만원에서 39만원으로 소폭 올렸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공시 이후 상승한 주가에도 여전히 동종업체 대비로는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은 상태여서 주가 상승여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존 목표가 38만원을 유지했다.
한편 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테슬라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테슬라는 차세대 모델의 조립비용을 기존 모델(모델 3·모델 Y)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조립 공정상의 복잡성과 시간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겠단 계획이다. 아울러 픽업트럭 모델인 '사이버트럭'을 연내에 출시한다고도 밝혔다. 다만 간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이 행사를 앞두고 전기차 관련주들의 급락 속에서 1.43% 밀렸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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